제주의 한 다이빙숍에서 샤워하던 손님을 몰래 촬영한 사건에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이 '징역 2년'은 피고인이 실제로 받게 될 형량이 아닙니다.
하나의 사건인데 숫자가 왜 둘로 갈리는 걸까요.
3줄 요약
1. 제주 다이빙숍 샤워 몰카에 징역 2년이 구형됐습니다
2. 구형은 검찰 요청, 선고는 법원 판단입니다
3. 1심 선고 뒤에도 항소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징역 2년은 검찰이 요청한 숫자입니다
제주의 한 다이빙숍에서 3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8월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창문을 통해 여성 손님이 샤워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가 이 가게의 운영자였는지 그곳에 근무하던 직원이었는지는 보도마다 다르게 전해졌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가운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입니다. 이 조항은 아무 촬영에나 걸리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사람의 뜻에 반해 찍었을 때 성립합니다. 사적인 공간인 샤워실이라는 장소, 그리고 촬영이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 이어졌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A씨는 구속되지 않은 채로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왜 붙잡혀 있지 않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불구속기소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될 때 검찰이 택하는 기소 방식일 뿐입니다. 혐의의 무게나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의 절차적 결정이라, 구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혐의 자체가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8월 14일 제주지법 형사3단독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제주지검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반복적으로 여성이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린 것도 다른 폭로가 아니라 바로 이 구형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구형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뉴스에서 "징역 2년 구형"이라는 표현을 보면, 많은 분이 그 형량이 그대로 정해진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구형은 검찰이 재판부에 내는 의견입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쪽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요청을 재판부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형량은 재판부가 따로 정합니다. 이 사건의 선고 공판은 10월 14일 오전 10시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구형과 선고 사이에 두 달 가까운 간격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사이 재판부는 검찰 의견과 변호인 주장, 양쪽이 낸 자료를 모두 살핀 뒤 형을 정합니다.
이때 참고하는 것 중 하나가 양형기준입니다. 범죄 유형과 정황에 따라 권고 형량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둔 기준인데, 이것 역시 재판부를 구속하지는 않습니다. 통상 그 범위 안에서 형을 정하되, 사정이 있으면 이유를 판결문에 적고 벗어날 수 있습니다. 촬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은 형을 무겁게 볼 요소로 고려될 수 있지만, 결과가 구형보다 낮을지 같은 수준일지는 지금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A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 재판에서 다투는 것은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무겁게 처벌할 것이냐"라는 뜻입니다. 결심 공판의 발언이 전부 형량 이야기로 채워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초범과 합의가 굳이 언급된 이유
변호인은 "피고인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합의를 위해 노력한 점과 초범인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A씨 본인도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초범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그리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 이 세 가지는 실제로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살피는 요소입니다. 변호인이 다른 말 대신 이것들만 짚은 이유입니다.
합의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는 따로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용서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보도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어떤 매체는 '피해자들'이라는 복수 표현을 썼고, 어떤 매체는 촬영 횟수만 두 차례로 전했습니다. 이 사정이 10월 14일 선고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그날 가서야 드러납니다.
10월 14일에도 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번 더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그날 나오는 것은 1심 선고형입니다. 형사재판에서는 판결에 불복하면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도, 검찰도 할 수 있습니다. 항소하면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가고, 형이 바뀔 수도 그대로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항소하지 않은 채 이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형이 확정됩니다.
그래서 뉴스 제목의 숫자를 볼 때는 그것이 어느 단계의 숫자인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구형이면 검찰의 요청이고, 선고면 재판부의 1심 판단이며, 확정이라야 더는 바뀌지 않는 형입니다. 세 단어가 뉴스에서는 비슷한 얼굴로 지나가지만 뜻하는 바는 전혀 다릅니다.
10월 14일의 결과는 그날 법원 공지나 언론 보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 자체를 인터넷으로 열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판결이 확정된 뒤의 일입니다. 그날은 이 사건의 끝이 아니라, 숫자가 한 번 더 바뀔 수 있는 날입니다.
참고
- 문화일보, 부산일보, 데일리안, 한라일보, 파이낸셜뉴스, 서울신문, 뉴시스, 뉴스1
태그 #샤워몰카 #제주다이빙숍 #불법촬영 #카메라등이용촬영 #징역2년구형 #구형과선고 #제주지검 #제주지법 #성폭력처벌법 #선고공판 #양형기준 #초범 #피해자합의 #항소기간 #형사재판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