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마도식 씨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그가 남긴 필모그래피는 500여 편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오늘 처음 들으셨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3줄 요약
1. 마도식 씨는 주로 조연과 단역을 맡았습니다
2. 그런데 그런 영화가 500여 편입니다
3. 출연 횟수가 곧 유명세는 아니었습니다
14일 오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배우 마도식(본명 우상익) 씨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별세했습니다. 향년 82세. 발인은 다음 날인 15일 낮에 치러졌습니다.
고인은 당뇨 합병증과 만성 폐렴을 오래 앓았고, 이 지병이 사인으로 전해졌습니다. 별세 전까지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이어왔다고 합니다.
1944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정확한 생년월일은 매체마다 다르게 나와 있어 이 글에서는 밝히지 않습니다. 2024년에는 한국영화배우협회 고문으로 위촉되기도 했습니다.
조연과 단역으로 채운 500여 편
마도식 씨는 학창 시절 충북 대표 역도 선수로 뛰다가, 1960년 최훈 감독의 영화 <밤에 핀 해바라기>(1965년 개봉)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아편꽃>(1970), <악인의 계곡>(1973), 가수 전영록이 주연을 맡은 <돌아이>(1985), <대야망>(1987), <아스팔트 위의 동키호테>(1988), <블랙벨트>(1989), <검은 도시>(1990), <사의 찬미>(1991), <챔프의 분노>(1992)까지 30여 년간 스크린을 채웠습니다. 주로 악역이었습니다. <악인의 계곡>에서는 주인공과 맞서는 중국인 악역을 맡았습니다. 투병을 시작한 2019년 무렵까지도 드라마와 영화에 간간이 얼굴을 비쳤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남은 인터뷰에서 고인은 스스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출연한 다수의 영화에 오랫동안 악역을 주로 해왔다. 본래의 성격과는 매우 다르지만 이러한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 다음에는 악명 높지만 의리 있는 보스 역할을 해보고 싶다."
색소폰 연주를 즐겼다는 것도 이 인터뷰에서 함께 전해진 대목입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본인의 진술이고 다른 곳에서 따로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500여 편이어도 생계는 달랐습니다
연합뉴스가 전한 유족의 말은 이 필모그래피의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아들 우승보 씨는 "영화 수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 신당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신 적도 있고, 어머니가 우유 배달을 해서 뒷바라지했다"고 말했습니다.
500여 편에 출연한 배우의 집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조연과 단역의 출연료가 어떤 수준이었는지, 이 한 문장이 다른 어떤 설명보다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고인은 촬영 중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생사의 고비를 넘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배우 김희라, 조춘 씨 등과 가깝게 지냈다고 합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고지식하고 '연기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 분"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마도식이 아니라 마주행
고인은 연기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마주행이라는 이름으로 각본을 쓰고 제작과 각색, 감독, 주연은 물론 주제가까지 맡은 영화 <잃어버린 욕망>을 1993년에 만들어 이듬해 개봉시켰습니다. 고인은 이 작품을 "영화 인생 30년의 한"을 푼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조연으로 채운 30여 년을 스스로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이 배우가 쓴 이름은 셋입니다. 본명은 우상익, 스크린에서는 마도식, 연출자로서는 마주행. 이름 하나로 묶이지 않았던 이력이, 500여 편에 출연하고도 오늘 그 이름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500여 편의 필모그래피와 세탁소,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 한 편. 이 세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왜 조연·단역 배우의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었는지가 좀 더 분명해집니다. 이번 소식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대목은, 세탁소를 하던 시절에도 그가 배우이기를 끝내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그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오늘은 그것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경향신문, 스포츠서울, 마이데일리, 연합투데이, iMBC연예, TV리포트,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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