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벌어들인 상금은 745만 944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5억 원입니다. 투어 전체 11위입니다.
우승컵 칸은 비어 있는데 통장은 최상위권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3줄 요약
1. 김시우는 올 시즌 우승 없이 105억 원을 벌었습니다
2. 톱10 열 번 중 네 번이 메이저·시그니처 대회였습니다
3. 골프 상금은 성적 횟수보다 대회 규모가 가릅니다
우승 상금 450만 달러, 시즌 내내 모은 745만 달러
서울경제가 정리한 올 시즌 상금 결산을 보면, 김시우는 정규 시즌이 끝난 시점 기준으로 745만 944달러를 벌어 PGA 투어 상금 순위 1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317만 4844달러로 42위였습니다. 한 시즌 만에 수입이 134.7% 늘었습니다. 그 사이 우승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비결은 몇 번 잘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잘했느냐에 있습니다. 김시우는 올 시즌 톱10에 열 번 들었고, 그 가운데 네 번이 메이저 대회나 시그니처 대회였습니다. 시그니처 대회는 PGA 투어가 상금을 특별히 크게 걸고 출전 인원은 줄여서 따로 관리하는 대회들을 말합니다. 상금은 큰데 나눠 갖는 사람은 적으니, 우승을 못 해도 손에 남는 돈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감이 옵니다. 카메론 영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한 번 우승해 45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김시우가 한 시즌 내내 우승 없이 모은 돈이 745만 달러입니다. 큰 무대에서 상위권 성적을 반복해 쌓으면, 트로피 없이도 우승자 한 명 몫을 넘어서는 돈이 쌓인다는 뜻입니다.
1승만 거두고도 상금 1위를 지킨 선수
이 방식의 극단이 스코티 셰플러입니다. 올해 그의 우승은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한 번뿐이었고, 메이저나 시그니처 대회 우승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상금 1691만 1275달러로 전체 1위였습니다.
톱5에만 열한 번 들었고, 그중 일곱 번이 메이저·시그니처 대회였습니다. 준우승만 다섯 번입니다. 지난해 4승을 몰아쳐 1920만 달러를 벌었던 것과 비교하면 우승은 4분의 1로 줄었는데, 상금은 12%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우승 세 번이 사라진 자리를 준우승과 톱5가 거의 메운 셈입니다.
톱10 세 번은 같았는데, 상금은 반으로
같은 시즌을 뛴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상금표는 갈립니다. 김주형은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시즌 유일한 우승을 거두며 429만 5139달러를 벌어 상금 33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가 95위였으니 223.2% 늘었습니다. 우승 상금 157만 5000달러 한 장이 순위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줍니다.
임성재는 반대편입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톱10에 세 번 들었습니다. 그런데 상금은 243만 77달러로 42.9% 줄었고, 순위는 26위에서 6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성적표의 모양은 같은데 결과가 갈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낸 대회들의 상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작았습니다.
그래서 톱10에 몇 번 들었는지는 상금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어느 대회에서 들었는지가 설명합니다. 참고로 올 시즌 PGA 투어 선수 한 명의 평균 상금은 195만 5471달러, 약 26억 7000만 원이었습니다.
70명, 50명, 30명
정규 시즌이 끝나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세 대회가 이어집니다.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는 페덱스컵 랭킹 상위 70명, 2차전 BMW 챔피언십에는 50명,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는 30명만 나섭니다. 대회를 하나 치를 때마다 문이 좁아집니다.
김시우는 페덱스컵 랭킹 7위로 이 플레이오프에 들어갔습니다. PGA 투어가 공개한 최종 성적을 보면 1차전은 합계 8언더파, 공동 14위로 마쳤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등수 자체가 아닙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1차전이 끝난 시점의 페덱스컵 톱50 안에 들면 2027년 시그니처 대회 전 경기 출전권이 함께 따라옵니다. 앞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상금표를 만드는 건 우승 횟수가 아니라 큰 무대에 몇 번 서느냐입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걸린 것은 트로피이기 이전에 내년에 설 무대의 수입니다.
올 시즌 세 한국 선수의 상금표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우승 횟수 칸이 아니라 그 옆에 적힌 대회 이름들입니다. 우승 한 번은 여전히 순위를 가장 확실하게 끌어올리는 지렛대입니다. 다만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일도 그에 못지않은 돈이 된다는 걸, 김시우의 105억 원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
- 서울경제, 이데일리, 골프한국, 연합뉴스, PGA 투어 공식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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