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20년째 못 쓰는 교수와 37년 차 인턴을 동시에 고른 이유

2026년 8월 24일 · 한국

최민식이 6월에 넷플릭스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극장에서 실버 인턴이 됩니다. 한쪽은 열등감에 잡아먹히는 국문학과 교수고, 다른 한쪽은 젊은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예순 넘은 남자입니다.

같은 배우가 반년 사이에 고른 두 인물입니다. 무엇을 보고 골랐을까요.

3줄 요약
1. 최민식 신작 두 편의 배역이 정반대입니다
2. 6월 공개 넷플릭스, 9월 16일 극장 개봉입니다
3. 고른 기준은 인물이 아니라 대본이었습니다

허문오는 20년 전 소설 한 편이 전부입니다

6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이 원작입니다.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학생 이강의 글재주를 발견하고 거기에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6부작 서스펜스입니다. 장명우 작가가 대본을 쓰고 김규태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허문오는 20년 전 소설 한 편을 낸 뒤로 새 작품을 내지 못한 사람입니다.

최민식은 스포츠한국 인터뷰에서 이 인물을 두고 "고깃덩어리가 하나 정육점에 걸려있는 것 같은 느낌의 인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열패감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민낯을 발가벗겨서 걸어놓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식인이고 작가지만 훌륭한 인격체는 아닌 인물, 더 배웠다고 훌륭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게 그가 이 배역에서 본 지점이었습니다.

왜 이 작품이었냐는 질문에는 대본 이야기를 했습니다. 쿠키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문학적 향기가 나는 대본이 그리웠다.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작품이 많은데 생각할 여지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제자와 교수 구도가 요즘 트렌드와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고 했습니다. 대본을 읽자마자 오케이하고 감독과 작가를 만났다고도 했습니다.

주연이 리액션만 하겠다고 말할 때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건 최민식이 자기 몫을 규정한 방식입니다.

최현욱이 맡은 이강은 오디션으로 뽑혔고, 그 자리에 최민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민식이 캐스팅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정작 본인은 쿠키뉴스 인터뷰에서 "제가 캐스팅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상대역이고 젊은 배우를 잘 모르니까 날것의 느낌을 보고 싶어서 옆에 있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고 허락해 주셨다", 조감독도 프로듀서도 있었고 같이 좁힌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가 밝힌 판단은 이랬습니다. "이강이 이 드라마의 중심에 서서 모든 사람을 쥐고 흔든다. 특히 허문오라는 인물을 들었다놨다 패대기를 쳤다가 하늘로 던졌다가 한다. 허문오는 이강이 휘두를 때마다 잘 휘둘리면 됐다." 자기 역할은 "리시브"라는 것입니다.

45년 연기 인생을 이어온 배우가 여섯 시간짜리 시리즈의 중심을 스물 몇 살 배우에게 넘기고, 자신은 받아치는 자리에 서겠다고 말한 셈입니다. 시리즈를 볼 때 최민식의 표정보다 최현욱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보면 이 구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호는 드 니로가 했던 자리입니다

9월 16일 개봉하는 '인턴'은 결이 정반대입니다.

2015년 국내에서 361만 명을 모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가 원작입니다. 앤 해서웨이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던 젊은 CEO와 실버 인턴을 한국판에서는 한소희와 최민식이 이어받습니다.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대로 큰 패션 회사의 CEO 선우,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경력 37년 차 인턴 기호. 세대와 성별을 가로지르는 관계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류혜영이 경영지원팀장 민아로 두 사람 사이에 놓입니다.

다만 최민식이 이 배역을 왜 골랐는지는 아직 공개된 설명이 없습니다. 개봉 전이라 인터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먼저 볼지 정한다면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기준은 이렇습니다.

인물의 밑바닥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보고 싶다면 '맨 끝줄 소년'입니다. 최민식 본인이 "이번만큼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고 할 만큼 원작 희곡의 밀도에 기댄 작품이고, 6부작이 끊기지 않고 굴러갑니다. 열등감과 관음, 말이 부른 파국 같은 것을 6시간 동안 들여다보는 일이라 가볍게 틀어놓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인턴'은 원작이 이미 361만 명에게 검증된 구조입니다. 세대차를 웃음으로 푸는 쪽이라 부담이 적고,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드 니로의 자리에 최민식이 들어갔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그 자체로 볼거리입니다.

1760만 명이 본 '명량'의 이순신, 1191만 명이 본 '파묘'의 지관 다음이 이 두 인물입니다. 흥행작 사이에 스스로 리시브 자리로 물러난 시리즈를 끼워 넣은 셈입니다. 어떤 배우인지는 결국 각 작품이 말해줄 몫이고, 9월이면 판단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참고

  • 스포츠한국, 쿠키뉴스, 마이데일리,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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