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한라산 정상 백록담 안으로 들어가 물을 떠 마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의회가 공개한 사진에 그 장면이 담겼습니다. 백록담 안쪽은 원래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까요.
3줄 요약
1. 백록담 안과 비탐방로는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2. 무단출입 적발은 2023년 30건, 지난해 53건입니다
3. 열화상 드론 시범 단속이 시작된 단계입니다
사진에 찍힌 장면
지난해 6월로 추정되는 시기의 사진입니다. 탐방객 한 명이 출입이 금지된 백록담 안으로 내려가 물을 떠 마시고 있습니다.
같은 자료에 다른 장면도 함께 담겼습니다. 출입 금지 구역에 밧줄을 걸어 놓고 이동하는 모습, 바위 위에 올라 아슬아슬한 자세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입니다. 새벽 2시쯤 올라가 야영과 취사를 하고 담배를 피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규정 위반입니다. 그리고 전부 밤에 벌어졌습니다.
밤이 문제였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그동안 정기순찰에 더해 특별·야간·기동순찰까지 돌려 왔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닙니다.
걸린 건 비탐방로였습니다. 정해진 길이 아니니 지형이 거칠고, 밤에는 순찰 인력이 발을 들이기 어려운 구간이 많습니다. 낮이라면 멀리서도 보일 사람이, 어두워지면 스무 걸음 앞에서도 안 보입니다.
여기서 제주도가 꺼낸 것이 열화상 카메라를 단 드론입니다.
빛이 아니라 체온을 봅니다
일반 카메라는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찍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는 다릅니다. 물체가 내뿜는 열 자체를 그림으로 바꿉니다. 그래서 캄캄한 새벽에도 사람의 체온이 주변 바위나 나무와 구분돼 나타납니다.
제주도 우주모빌리티과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어리목 일대에서 시범 단속을 했습니다. 드론 통신이 산에서 제대로 잡히는지 확인하고, 불법행위가 잦았던 지점을 뽑아 비행 경로를 미리 짰습니다. 순찰 인력 한 명이 훑는 것보다 넓은 지역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때 확인했다는 게 제주도 설명입니다.
여기까지가 지금 단계입니다. 시범 단속을 한 차례 했고, 앞으로 드론을 더한 단속·안전관리 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30건과 53건
숫자는 두 개면 충분합니다. 비탐방로 무단출입 적발 건수는 2023년 30건, 지난해 53건입니다. 2년 만에 77% 늘었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읽을 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적발 건수는 위반한 사람 수가 아니라 잡힌 횟수입니다. 몰래 들어가는 사람이 늘어도 오르고, 단속을 촘촘히 해도 오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이 숫자만으로 갈라낼 수 없습니다. 제주도도 적발되지 않고 넘어간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드론이 뜨는 진짜 시간대
단속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은 드론이 탐방객 안전관리에도 쓰입니다.
지난해 성판악·관음사 탐방로에서 응급환자가 522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483건이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몰렸습니다. 열에 아홉이 그 네 시간에 들어 있습니다.
올라갈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입니다. 체력은 이미 빠졌고, 긴장은 풀렸고, 무릎에는 하중이 실립니다. 제주도가 어리목·영실·관음사·성판악 네 곳 관리센터를 거점으로 이 시간대에 드론을 집중 운영하겠다고 한 이유입니다. 사고가 나면 지상 인력이 도착하기 전에 드론이 먼저 현장을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산에 자주 가시는 분이라면 이 숫자 하나만 가져가도 됩니다. 하산 시간대가 위험한 시간대입니다.
걸리면 어떻게 되나
단속 대상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탐방예약 없이 들어가는 무단입산, 정해진 시간 밖 출입, 지정되지 않은 탐방로 진입, 불법 야영과 비박, 음주·흡연·취사, 쓰레기 투기, 임산물과 희귀식물 채취, 무속행위까지입니다.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거나 허가된 구역 밖에서 야영·취사·흡연·음주를 하면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자연물을 몰래 캐거나 베어내는 행위, 자연유산의 형태를 바꾸는 행위는 자연공원법과 자연유산법,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에 따라 처리됩니다.
정근식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지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살피고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낭만적으로 들려도, 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는 법 위반입니다. 밤이라서 안 보인다는 계산은 이제 근거가 약해졌습니다.
참고
- 경향신문, 서울신문, JTB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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