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문서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배우 홍민기 씨 이름이 붙은 기사가 열 건 넘게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문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 준 기관은 아직 없습니다. '내용증명'이 뭐길래 종이 한 장으로 판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3줄 요약
1. 홍민기 씨 논란의 출발점은 내용증명 한 장입니다
2. 고소장은 경찰에, 내용증명은 우체국에 냅니다
3. 지금 확인된 건 문서가 공개됐다는 사실뿐입니다
하룻밤 사이 기사 열 건, 시작은 스토리 한 장
배우 홍민기 씨는 2002년생으로 2020년 데뷔했습니다.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에서 주지훈 배우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뒤 '은애하는 도적님아', '스터디그룹', '닥터 섬보이' 등에 출연했습니다. 티빙 새 시리즈 '스터디그룹' 시즌2 촬영도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18일 밤, 팔로워 2만 명가량의 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법무법인 명의의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인플루언서는 7월 28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홍민기 씨 측에 '불법 범죄 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 예고 통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문서에는 폭행과 협박, 사생활 침해, 그리고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해 다치게 했다는 주장이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모두 한쪽이 문서에 적어 보낸 주장이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으로 사실이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문서 속 수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소속사 주소가 홍민기 씨 본인 및 소속사 정보와 일치한다고 알려지면서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소속사는 처음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후 여러 매체가 소속사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건 '보냈다'는 사실뿐입니다
여기서 한번 짚을 게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발급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우체국이 "이런 내용의 우편을, 이런 날짜에, 이 사람이 저 사람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등기우편 제도입니다. 증명 대상은 내용의 진실이 아니라 발송이라는 행위입니다. 누구나 누구에게든 보낼 수 있고, 안에 적힌 주장이 맞는지는 이 제도가 가려 주지 않습니다.
자주 헷갈리는 게 고소장과 소장입니다. 고소장은 경찰서나 검찰청에, 소장은 법원에 냅니다. 접수되는 순간 국가기관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거나 재판을 시작합니다. 반면 내용증명을 접수하는 곳은 우체국 창구입니다. 우편물로 접수될 뿐,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사건이 걸리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다음에 고소를 할지 말지는 순전히 보낸 사람의 선택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내용증명은 주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거나, 나중에 "미리 경고했다"는 기록을 남기려 할 때 씁니다. 그 자체로 상대에게 유죄나 손해배상 책임을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이번 문서도 제목 그대로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단계입니다.
확정된 것, 그리고 아직 아닌 것
형사 사건에서 수사가 시작되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직접 고소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형사소송법상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할 수 있고, 수사기관이 스스로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이 그중 어느 문턱이라도 넘었는지는 외부에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이번 일에서 제일 눈여겨볼 대목은 누가 옳고 그른지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주장 하나가 왜 이렇게 빨리 기정사실처럼 읽히는가입니다. 문서 속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고, 반대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이를 공개적으로 퍼뜨린 쪽에도 책임이 남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각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사안별로 요건과 절차를 따져 가려지는 문제입니다.
제목에 '의혹'이 붙어 있다면
기사 제목의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러 매체가 비슷한 시간에 앞다퉈 기사를 냈다고 해서 그 내용이 검증됐다는 뜻도 아닙니다. 사건 초반에는 한쪽 이야기가 먼저 퍼지고, 당사자의 반론이나 수사 결과는 한참 뒤에 나옵니다.
캡처 한 장, 문서 한 장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양쪽 이야기가 다 나온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확실한 건 인플루언서가 문서를 공개했다는 사실, 그리고 소속사가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참고
- 아주경제, 스타뉴스, 매일경제, 텐아시아,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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