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았습니다.
30분 남짓한 만남이었습니다. 지방선거 지원에 감사를 전하고, 이달 말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 와달라고 청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부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이틀 연속 날 선 글을 올렸습니다. 예방 한 번이 왜 이런 반응을 불렀을까요.
3줄 요약
1. 정점식이 박근혜 사저를 예방하자 홍준표가 반발했습니다
2. 8월 19일과 20일, 이틀 연속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3. 연찬회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30분 동안 오간 말
8월 19일 오전, 정점식 원내대표는 윤용근 원내대표 비서실장, 유영하 의원과 함께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았습니다. 예방을 마친 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우리 당을 적극 지원하시고, 보수가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를 도운 이유도 이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정 원내대표가 전한 바로는 "보수가 이렇게 허물어져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충청 지역 방문 하루 전에 넘어져 통증이 심했는데도 강한 진통제를 먹고 유세를 했고, 그 여파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는 말도 전해졌습니다.
연찬회 초청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27~28일 열리는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당이 나아갈 바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습니다.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당이 비록 소수당이지만 같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에게 '그래도 이 당만이 희망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다가올 선거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준표가 먼저 걸고넘어진 건 정점식이었다
같은 날 오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박근혜 그늘에서 보수정당이 놀아나야 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십 년도 더 된 악연을 꺼냈습니다.
홍 전 시장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검찰청 공안부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경남지사로 재직할 때 터진 교육감 주민소환 명부 사건을 집요하게 경찰에 수사지휘해 측근들을 구속시켰다는 것입니다. 경남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무원 골프를 허용한 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밉보인 자신을 겨냥한 조치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짚었습니다. 홍 전 시장은 이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정권이 흔들린 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그는 이번 방문을 우연이 아니라 "당권 욕심"에서 나온 행보로 봤고, 동행한 유영하 의원을 향해서도 "추경호 낙마 후 대구시장을 하려는 욕심에서 주선한 건 아니냐"는 의혹을 얹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를 거론하며 "공안검사 출신이 더 이상 보수정당에서 득세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였습니다.
하루 뒤, 화살은 박근혜 본인에게 향했다
20일 글은 결이 달랐습니다. 표적이 정 원내대표를 넘어 박 전 대통령 본인으로 옮겨갔습니다.
홍 전 시장은 "대구시장을 3년 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동상을 세우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단 한 번도 방문한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그 동상의 제막식에도 박 전 대통령을 부르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유로 든 것은 "대통령 자질이 아니었던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했고,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됐습니다. 홍 전 시장은 이 몰락을 "단순히 진영논리의 희생양으로만 설명해선 안 된다"며 "이미지 정치의 몰락"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미지로 일어선 정치인은 그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함께 무너진다는 논리입니다.
"요즘도 박근혜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는 정치인들을 종종 본다"는 말도 남겼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글의 끝은 "온갖 고초를 겪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젠 갈등의 현장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노후를 보냈으면 한다"였습니다.
이틀치 글에서 눈여겨볼 두 가지
이 두 편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표적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나는 공안검사 출신입니다. 황교안 전 대표를 먼저 꺼내고 정 원내대표로 이어간 구성은, 개인을 향한 감정이라기보다 특정 경력의 인사들이 당 지도부 주변에 자리 잡는 흐름 자체를 문제 삼은 쪽에 가깝습니다.
다른 하나는 박근혜라는 이름입니다. "그늘에서 놀아난다"는 표현은 전직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그 이름을 여전히 결집의 상징으로 쓰는 방식에 대한 반대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연쇄 발언을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 자산으로 다시 불러내려는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해석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27~28일 연찬회에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오는지,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머지가 모두 추측입니다.
참고
- 뉴시스, 세계일보, 한국일보, 주간경향, 강원일보, 프레시안, 경기일보, 폴리뉴스, 서울뉴스통신, 매일신문,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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