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휘향 씨가 데뷔 44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습니다.
역할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였고, 그는 촬영장에서 기저귀를 차고 연기했습니다. 촬영팀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3줄 요약
1. 이휘향은 치매 배역을 위해 기저귀를 차고 연기했습니다
2. 촬영 전 한 달간 부산 요양원과 노래교실을 찾았습니다
3. 배역 준비일 뿐 본인 건강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달 동안 부산에 머물렀습니다
이휘향 씨가 맡은 역할은 영화 '가족 여행'의 순임입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생일을 계기로, 다섯 식구가 즉흥적으로 부산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에게는 데뷔 44년 만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기도 합니다. 그간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얼굴을 알려온 배우가,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섭니다.
준비 과정은 짧지 않았습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한 달 동안 부산에 머물렀습니다. 치매 요양원과, 치매를 앓는 분들이 찾는 노래교실을 직접 찾아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대사와 표정을 미리 만들어 가는 대신, 실제로 그런 시간을 보내는 분들 곁에서 지내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촬영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실제 치매 환자의 생활을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기저귀를 착용하고 연기한 것입니다. "촬영할 때 기저귀를 차고 했다. 촬영팀도 몰랐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입니다. 화면에 비치지도 않고 현장에서 알아본 사람도 없었으니, 보여주기 위한 장치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 이야기는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22일 밤 9시 40분 방송분 예고 인터뷰에서 공개됐습니다.
인물이 처한 신체 조건을 직접 겪어보며 배역에 다가가는 준비 방식입니다.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것과 달리, 그 상황을 몸으로 먼저 통과해 보는 쪽입니다. 물론 모든 배역에 이런 준비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배우마다 인물에 다가가는 방법도 다릅니다. 이휘향 씨가 굳이 이 방법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한테 화려하게 덧칠했던 것을 다 벗겨버리고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이휘향으로 연기했을 때 누군가에게 기여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이게 마지막이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자고 했다." 화면에 나오는 백발도 꾸민 것이 아니라 천연 머리색이라고 밝혔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세운 것입니다.
"없는 화를 만들어내야 해서 힘들었다"
이 결심 뒤에는 배우 생활에 대한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는 5~6년 전부터 연기를 그만두는 것을 고민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온 악역이었습니다.
"악역을 너무 몰아서 계속해오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없는 화를 계속 내 안에서 만들어내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한 배우가 특정한 이미지의 배역을 오래 맡으면, 정작 본인의 감정과는 상관없는 분노나 적의를 매번 새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겪지 않은 감정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일이 쌓이면, 시청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고백이 눈에 띄는 것은 그 부담을 배우 본인의 입으로 직접 전했다는 점입니다. 화려한 악역 이미지 뒤에 있던 피로를, 44년 차가 되어서야 꺼내놓은 셈입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이유
그를 다시 연기로 이끈 계기는 동료 배우들과 나눈 대화였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주고받다가, 자신에게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소화해 냈을 때 오는 희열은 어디에 비할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만두는 쪽이 아니라, 계속하는 쪽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한 가지는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치매를 앓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한 배역 준비 과정입니다. 기저귀 착용도 백발도 그 준비의 일부일 뿐, 본인의 진단이나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에 없었습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만든 모습과 그 사람의 실제 삶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백발 사진 몇 장으로 누군가의 건강을 짐작하는 일은, 그래서 대개 빗나갑니다.
영화 '가족 여행'은 2026년 9월 개봉 예정으로 안내됐습니다. 44년 차 배우가 몸에 제약을 걸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22일 밤 방송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답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그가 직접 하는 말을 듣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참고
- 스포츠동아, iMBC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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