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아침, 서울에서 경남 양산으로 가는 고속버스에서 한 승객이 용변을 참지 못했습니다.
버스가 휴게소에 서자, 기사님이 먼저 나서 그 승객을 씻겼습니다.
닷새 뒤 국토교통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그 기사님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왜 장관까지 나섰을까요.
3줄 요약
1. 고속버스 기사가 용변 실수한 승객을 씻겼습니다
2. 16일 SNS 글이 19일 장관 페이스북까지 갔습니다
3. 표창까지 가려면 기사님 확인이 먼저입니다
14일 오전 7시, 고속버스에서
이 사연은 8월 16일, 경남 양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올리면서 알려졌습니다.
이 시민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7시, 서울에서 양산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는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어려운 50~60대로 보이는 승객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승객은 이동 중 용변을 참지 못해 좌석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사정으로 혼자 이 버스에 올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자 기사님이 먼저 승객을 씻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글쓴이도 도움에 나섰습니다. 갈아입을 바지를 사 온 것은 글쓴이였고, 기사와 함께 승객의 몸을 씻긴 뒤 새 옷을 입도록 도왔습니다. 지팡이를 챙기고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 다시 버스에 오르는 것까지 도운 것도 두 사람이었습니다.
글쓴이는 당시 기사님에 대해 "끝까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직접 씻겨드리고 자리까지 정리한 뒤 방석도 깔아줬다"고 전했습니다. 일이 끝난 뒤 기사님은 글쓴이가 대신 산 바짓값을 건네려 했지만, 글쓴이는 이를 받지 않았다고 한국경제는 전했습니다.
글쓴이는 이 일을 두고 "저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당시 버스 사진을 함께 공개했습니다.
16일 스레드, 18일 신문, 19일 장관 페이스북
이 글이 퍼지면서 18일에는 국내 한 일간지가 사연을 기사로 다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속 버스기사님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 장관은 "비 내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어려움에 처한 어르신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신 기사님의 사연을 읽었다"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꺼이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이 되어준 기사님의 진심에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비 내리는 궂은날, 이웃의 우산이 되어주신 기사님을 찾아 장관 표창이라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고 프레시안은 전했습니다.
김 장관은 승객을 도운 기사님뿐 아니라, 사연을 알린 시민과 함께 도움을 준 다른 승객들에게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런 선행을 알려주시고, 선뜻 도움을 주신 승객 분들의 마음도 잊지 않겠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따뜻하다"는 말도 함께 적었습니다.
이 일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걸린 시간입니다. 사건이 있었던 14일부터 장관의 글이 올라온 19일까지 닷새입니다. 그사이를 이은 것은 민원 창구도 공문도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사람이 남긴 글 한 편과, 그 글을 받아 쓴 보도였습니다. 정부 부처가 현장의 일을 알게 되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그 자리에서 시민이 한 일은 세 가지였습니다
장관의 글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참 많이 계신데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거나 마음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마음을 내는 일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이번에 실제로 오간 것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민이 한 일은 세 가지였습니다. 갈아입을 바지를 사 왔고, 씻기는 일을 기사와 나눠 맡았고, 승객이 자리에 다시 앉을 때까지 곁에 있었습니다. 특별한 자격도, 장비도, 큰돈도 필요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어려운 것은 방법이 아니라 그 순간 나서기로 마음먹는 쪽이었습니다. 김 장관이 기사님만이 아니라 사연을 알린 시민과 도움을 준 승객들에게도 나란히 감사를 전한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한 사람이 시작했지만 혼자 끝낸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더. 이 사연이 여기까지 온 것은 누군가 그 장면을 글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도운 사람이 스스로 알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본 사람이 날짜와 노선, 출발 시각을 적어 올렸고, 그래서 언론이 뒤를 밟을 수 있었고, 장관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장면을 봤을 때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남기느냐가 그 장면의 수명을 정합니다.
다만 장관 표창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해당 운수업체를 통해 기사님이 누구인지 확인될 경우 포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프레시안은 전했습니다. 표창은 마음만으로 되지 않고, 사람을 특정하는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선의는 그 순간에 끝나고 맙니다. 이번에는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고, 남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사님을 찾았다는 소식이 뒤따를지는 이제 그 확인 절차에 달렸습니다.
참고
- 프레시안,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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