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린다던 백화점, 상반기엔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온라인 쇼핑에 밀려 백화점이 어렵다는 이야기,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신세계는 지난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상반기 실적이 역대급이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3줄 요약
1. 백화점 3사가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냈습니다
2. 명품 35% 늘 때 외국인 매출은 120% 뛰었습니다
3. 백화점이 파는 건 물건에서 경험으로 옮겨갔습니다

백화점 영업이익이 1년 만에 절반 넘게 늘었습니다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11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습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백화점 사업입니다. 2분기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3.5% 늘었습니다.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아직 최고 기록이 아닙니다. 2022년에 세운 1211억원에 근접했을 뿐,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신세계 2분기실적1년 전 대비
전체 매출3조1414억원+8.5%
전체 영업이익1671억원+121.9%
백화점 순매출7385억원+17.5%
백화점 영업이익1088억원+53.5%

숫자가 많아 보이지만, 이 표에서 눈여겨볼 건 맨 아랫줄 하나입니다.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이 1년 만에 이익을 절반 넘게 늘렸다는 것. 나머지 숫자는 그 결과일 뿐입니다.

명품은 35%, 외국인 매출은 120% 늘었습니다

상품군을 나눠 보면 상반기 명품 매출이 35% 늘어 가장 크게 뛰었습니다. 리빙, 식품, 패션도 10%대로 고르게 올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외국인 매출입니다.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5800억원. 1년 전보다 120% 급증했습니다. 명품 증가율보다 세 배 이상 빠릅니다. 백화점이 잘 팔아서 늘어난 부분과, 한국에 오는 사람이 늘어서 따라온 부분이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백화점 실적을 볼 때 관광객 통계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객 구성도 바뀌었습니다. 상반기 신규 고객 비중이 27.7%였고, 그중 30대 이하가 45%를 차지했습니다. 본점·강남점 투자와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 같은 점포별 전문관이 젊은 손님을 끌어들였다는 설명입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도 2분기 영업이익 70억원으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어그·더로우 같은 수입 패션과 딥디크·바이레도 같은 수입 향수가 잘 팔린 영향입니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도 흑자 전환했습니다. 수입 브랜드와 외국인, 두 축이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신세계는 여행을, 롯데는 패션위크를, 현대는 미술관을 팝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는 이번 실적을 발판 삼아 나란히 '콘텐츠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파는 물건이 아니라, 매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겁니다.

신세계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를 선보였습니다. 인문·역사·예술 전문가와 함께하는 여행이나 프라이빗 공연처럼, VIP 고객을 관리해온 노하우를 여행 상품에 그대로 옮긴 셈입니다. 론칭 1년 만에 매출의 65%가 VIP 고객에서 나왔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4배 넘게 늘었습니다. 5000만원대 남미 여행 상품이 이틀 만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나고야 리사이틀 관람 상품은 28분 만에 마감됐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함께 9월 3일부터 나흘간 잠실 롯데타운 일대에서 '2027 S/S 서울패션위크'를 엽니다. 그동안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던 행사를 잠실 월드파크 잔디광장의 대형 야외 런웨이로 옮기고, K패션 브랜드 패션쇼에 NCT 데뷔 10주년 전시와 아디다스 체험형 전시까지 곁들입니다.

현대백화점은 문화예술 쪽입니다. 더현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은 2021년 문을 연 뒤 올해 6월까지 누적 유료 관람객이 160만명을 넘었습니다. 한국메세나협회 조사에서는 국내 개별 기업 중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도 뽑혔습니다.

세 회사의 방법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기는 쉬워도, 여행이나 공연이나 전시를 그 자리에서 경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볼 숫자는 이겁니다

손님 입장에서 이 변화는 이렇게 읽힙니다. 앞으로 백화점은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계속 움직입니다. 전시, 팝업, 여행 상담 창구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입니다. 사러 갔다가 두 시간을 보내게 되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이 흐름이 계속될지 보려면 실적 발표에서 두 가지를 보면 됩니다. 하나는 외국인 매출 증가율입니다. 이게 꺾이면 콘텐츠 투자만으로 실적을 떠받치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입니다. 매출이 아니라 이익이 늘어야 콘텐츠가 돈이 됐다는 뜻입니다. 매장을 채우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지금 백화점 실적은 명품과 외국인이 함께 밀어 올린 결과입니다. 콘텐츠 경쟁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지는 다음 분기 숫자에서 갈립니다.

참고

  • CBS노컷뉴스, 한국경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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