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해외 출장 의혹 수사가 새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출장 국가는 위원장이 결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동안 나온 해명은 관행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한마디가 왜 수사의 무게를 바꾸는 걸까요.
3줄 요약
1. 출장지는 선관위가 아니라 위원장이 정했습니다
2. 세 차례 출장 모두 상대국 초청은 없었습니다
3. 노 전 위원장 소환조사에서 뒤집힐 수 있습니다
세 번 모두 일주일을 넘겼고, 배우자가 함께 갔습니다
노 전 위원장은 2022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세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호주·뉴질랜드 8박9일, 독일·에스토니아 7박9일, 덴마크·스웨덴 8박10일. 세 번 모두 배우자가 동행했고, 이 과정에서 선관위 전·현직 직원 4명이 배우자를 수행하는 데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시기 | 방문국 | 출장 예산 |
|---|---|---|
| 2022년 12월 | 호주·뉴질랜드 | 공개되지 않음 |
| 2024년 11월 | 독일·에스토니아 | 7,194만 원 |
| 2025년 11월 | 덴마크·스웨덴 | 9,053만 원 |
뒤의 두 차례 출장에서 배우자는 비즈니스석을 탔고, 배우자 몫으로 나간 항공료와 숙박비만 4,000만 원을 넘었습니다. 첫 출장의 예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함께 갔다는 사실 자체가 선관위가 외부에 공개한 보고서에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초청장이 없으면, 설명할 사람이 남습니다
공공기관장의 해외 출장은 대체로 두 갈래로 정해집니다. 상대국이 먼저 초청하는 경우와, 기관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세우는 경우입니다. 초청장이 있으면 목적지를 고를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부른 곳으로 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초청 없이 기관이 직접 나라를 고르면, 왜 하필 그곳이어야 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수본이 외교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노 전 위원장이 배우자와 다녀온 세 차례 출장은 모두 상대국의 공식 초청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나라는 누가 골랐을까요. 합수본은 8월 13일 옥미선 중앙선관위 기획조정실장 등 관계자 3명을 참고인으로 불렀고, "선관위가 후보 국가들을 선정해 보고하면 위원장이 최종 출장국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옥 실장은 선관위의 예산과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에게서는 배우자 몫 예산 편성을 노 전 위원장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다만 후보 국가를 애초에 어떤 기준으로 추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진술이 무거운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초청도 없었고 실무 부서가 알아서 정한 것도 아니라면, 그 나라에 그 일정으로 가야 했던 이유를 설명할 책임은 결정한 사람에게 남습니다.
4,743만 원을 돌려줬는데도 수사가 이어집니다
논란이 커진 뒤 노 전 위원장은 출장 비용 가운데 4,743만8,900원을 선관위에 반납했습니다. 그럼에도 합수본은 돈이 돌아온 것과 별개로, 애초에 공적 예산이 배우자 동행에 쓰이게 된 의사결정과 회계 처리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25년 덴마크 출장에서는 배우자 수행 계획이 사전에 노 전 위원장에게 보고된 정황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돌려줬는데 왜 계속 보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반납은 결과를 되돌리는 일이고, 수사가 보는 것은 그 지출이 어떤 절차로 승인됐는가입니다. 앞의 일이 끝나도 뒤의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노 전 위원장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먼저 (부부 동반 출장을) 요구한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전부 다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 제기도 없어 특별히 큰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관행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이고, 출장지를 위원장이 정했다는 이번 진술이 알려지기 전에 나온 답변입니다.
다음 차례는 당사자 조사입니다
합수본은 옥 실장 조사를 끝으로 주변 참고인 조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확보한 출장 문서와 회계 자료를 진술과 맞춰 보는 작업이 남아 있고, 그다음이 노 전 위원장과 당시 사무총장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판가름 나는 지점은 금액이 아닙니다. 누가 결정했는가, 그 결정에 바깥의 요청이 있었는가, 그 비용이 어떤 결재를 거쳤는가. 이 셋이 맞물릴 때 책임이 어디로 가는지가 정해집니다. 반납액이나 좌석 등급은 그다음에 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의 진술입니다. 당사자가 이를 어떻게 반박하거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그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결론이 난 사안은 아닙니다.
참고
- 연합뉴스, 문화일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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