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합동참모본부가 짧은 발표문을 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몇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우리 군이 절차에 따라 경고 사격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사례는 지난해에만 열일곱 번입니다. 그런데도 총성이 울린 건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무엇이 달랐을까요.
3줄 요약
1. 경고사격은 우리 군의 정해진 대응 절차입니다
2. 지난해 침범 열일곱 번, 경고사격은 올해 처음입니다
3. 좁아진 거리가 침범을 만들어 냅니다
북한군 몇 명이 선을 넘었고, 곧바로 북상했습니다
16일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우리 군이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 사격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동부전선에서 북한군 수 명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경고방송에 이어 경고사격을 실시했습니다. 발표문은 짧았습니다. 침범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이번 주"라고만 밝힌 점이 눈에 띕니다.
경고사격 이후 북한군 병력은 곧바로 북상했고, 그 외의 특이 동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교전이나 재접근 같은 추가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합참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열일곱 번 침범에도, 총성은 없었습니다
우리 군의 대응은 교전수칙에 따라 단계가 나뉩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 근접하는 등 침범 징후가 보이면 먼저 경고방송을 합니다. 그래도 실제로 선을 넘으면 그때 경고사격을 실시하고, 병력을 물러나게 하는 절차로 이어집니다. 경고사격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무력 대응이 아니라, 정해진 순서의 마지막 단계인 셈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 사례는 모두 열일곱 차례였습니다. 그런데도 경고사격까지 이어진 대응은 이번이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침범 자체는 반복돼 왔지만, 경고방송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총성까지 울린 건 드문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순서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군이 갑자기 강하게 대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경고방송으로는 물러나지 않는 지점까지 들어왔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교전수칙의 단계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달라졌다면, 달라진 쪽은 절차가 아니라 현장입니다.
80~90m, 5~10m — 좁아지는 거리
그 현장의 변화는 숫자로 남아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고, 북한은 2024년 4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수풀을 없애 시야를 확보하는 불모지 조성과 철책 설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남북을 가르는 선을 사실상 국경처럼 만들려는 작업입니다.
최근에는 북한 측 철조망과 군사분계선 사이 거리가 불과 80~90m에 그치는 구간에서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뢰를 매설하기 위한 불모화 작업은 군사분계선 5~10m 앞까지 다가간 곳도 있다고 합니다. 5m는 성인 걸음으로 예닐곱 걸음입니다. 삽을 들고 몸을 돌리다 선을 넘는 거리라는 뜻입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군이 이 작업 과정에서 빈번히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작업선이 선에 붙을수록 침범은 의도와 무관하게 늘어납니다.
완충지대는 원래 거리를 벌려 두려고 만든 것입니다
국방부는 이런 국경선화 작업 자체가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km씩 설정된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쌍방이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완충지대의 설계 원리는 단순합니다. 양쪽을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사소한 일이 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는 순찰병 한 명의 실수가 총성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철책과 지뢰 작업이 그 거리를 80~90m로, 다시 5~10m로 좁혀 왔습니다.
이번 경고사격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4km짜리 완충지대와 5m라는 두 숫자의 대비입니다. 정전협정이 상정한 거리와 실제 현장의 거리가 그만큼 벌어져 있습니다. 완충지대가 얇아지면 같은 절차를 그대로 적용해도 더 자주 마지막 단계까지 갑니다. 지난해 열일곱 번과 이번 한 번을 가른 것은 새로운 규칙이 아니라 줄어든 거리 쪽에 가깝습니다.
군은 아직 침범 의도를 밝히지 못했습니다
군 당국은 이번에 선을 넘은 북한군을 단순 순찰 병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침범 경위와 의도는 아직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발적인 접근이었는지, 국경선화 작업과 직접 관련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침범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이었는지, 무장 여부가 어땠는지도 이번 발표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발표에서 확인할 것은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아니라 거리입니다. 철책과 지뢰 작업이 군사분계선에서 몇 미터까지 다가왔는지, 그 수치가 줄고 있는지 늘고 있는지가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벌어질지를 알려 줍니다. 경고사격은 결과이고, 거리는 조건입니다. 조건이 그대로라면 이번이 올해 마지막 경고사격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 동아일보, 경향신문,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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