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옥포동 새벽 산사태, 옹벽도 울타리도 막지 못했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경남 거제에 사흘 동안 800㎜가 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흙더미가 건물 벽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산사태를 막으라고 세워둔 시설이 뒤편에 있던 곳이었습니다. 왜 소용이 없었을까요.

3줄 요약
1. 거제에 사흘간 815㎜ 비가 내렸습니다
2. 옹벽과 낙석 울타리가 있던 아파트가 뚫렸습니다
3. 시설 유무보다 대피 안내가 먼저입니다

옹벽이 있던 아파트가 뚫렸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아파트 뒤편에는 낙석 방지 울타리와, 깎아낸 산비탈이 밀고 내려오는 힘을 버티라고 세운 옹벽이 이미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사태로 밀려든 흙더미에 두 시설 모두 훼손됐습니다. 토사는 동과 동 사이 통로를 따라 흘러들었고, 피해는 1·2층 저층부 8세대에 집중됐습니다. 흙더미가 베란다로 들어와 반대편 창문까지 뚫고 나왔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여기서 가져갈 것은 하나입니다. 뒤편에 옹벽이 있으니 괜찮겠지 하는 판단은, 이번에 틀렸습니다. 산비탈을 낀 집에 사시는 분이라면, 대피 안내나 재난문자가 오면 시설이 있는지부터 따지지 말고 안내를 먼저 따르는 편이 낫습니다.

지금 통제 중인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곳곳에서 도로와 하천변 산책로, 세월교 등 212곳의 출입이 막혀 있는데, 이 중에는 세월교 111곳처럼 평소엔 물이 없다가 비가 오면 잠기는 길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30년을 다닌 길이라도 지금은 눈에 익은 것이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새벽 4시, 1층에 흙이 들이닥쳤습니다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친 것은 새벽 4시쯤이었습니다. 1층에서 혼자 지내던 20대 남성이 집 안으로 들이닥친 토사에 파묻혔습니다. 소방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정지 상태였고,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은 사고로 50대 여성 등 주민 2명이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옆 동에서도 흙더미와 거기 휩쓸린 차량이 출입구를 막아, 한동안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소방에 구조됐습니다.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만 데리고 지갑, 전화기만 챙겨 뛰쳐나왔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아파트 70세대 150명이 인근 중학교로 몸을 피했습니다.

새벽 4시라는 시각이 이 사고를 무겁게 만듭니다. 대부분 자고 있었고, 소리를 듣고 나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이 아니라 몇 초였습니다. 비가 크게 오는 밤에 산비탈 가까운 저층에 계신다면, 미리 나가 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흘치 815㎜, 하루치가 아닙니다

기상청 집계를 보면 이달 15일 오전 9시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5.5㎜로 경남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통영이 686.1㎜로 뒤를 이었습니다.

숫자를 볼 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815㎜는 하루에 쏟아진 양이 아니라 광복절 연휴 사흘을 합친 값입니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는 이 구분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흘에 걸쳐 왔다는 말은 땅이 이미 물을 먹을 대로 먹었다는 뜻이고, 그 상태에서 내리는 비는 처음 내리는 비와 무게가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비를 "시간당 100㎜ 물폭탄"이라고 전했고, MBC는 "역대 최대 폭우"라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비는 사고 시점에 끝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1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도 거제 명사 지역에는 한 시간 동안 52.5㎜가 더 내렸습니다. 도로 곳곳이 잠기면서 조선소로 출근하던 차량들도 발이 묶였습니다.

비가 그쳐도 사흘은 더 조심할 때입니다

KBS 뉴스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거제·통영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습니다. 소방청은 두 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려 인력과 장비를 추가로 투입했고, 지금까지 136명을 구조했습니다. 밤사이 대피한 주민 가운데 99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지 못한 이유가 곧 지금 상황을 말해줍니다. 물이 빠졌다고 끝이 아니라, 물을 머금은 흙이 무너질지 아닐지는 며칠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산사태 취약지역 650곳을 계속 살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기 집이 그 취약지역에 드는지는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에서 주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정되지 않았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옥포동 사례가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참고

  • KBS 뉴스, 중앙일보, 조선일보, M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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