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증조부 논란, 사과 뒤에 벌어진 일들

2026년 8월 24일 · 한국

배우 하영의 증조부가 친일 행적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소속사는 처음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나흘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 논란을 전하는 기사마다 유독 '행동'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3줄 요약
1. 친일 증조부 논란에 하영이 직접 사과했습니다
2. 1916년 기록 하나로 안양시 게시물도 내려갔습니다
3. 판단 기준은 사죄가 아니라 그다음 행동입니다

친일 행적 의혹, 나흘 만에 벌어진 일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하영은 자신이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그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로 활동한 안상호(1872~1927)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안상호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함께 퍼지면서 친일 행적 의혹이 번졌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제기한 건 역사강사 배기성 씨였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에서 하영의 발언을 보고 "안상호 아니야?" 싶어 찾아봤더니 하영의 본명이 안하영이었다며, 그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방송 내용과 온라인 검증이 맞물리면서 논란은 하루 만에 커졌습니다.

소속사는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입장을 바꿨습니다.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은 해명 과정에서 한 번 더 커졌습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부친 안병문 씨가 소속사와 별도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일 합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지금 교과서와 언론이 쓰는 말은 '한일 강제병합'입니다. 대한제국이 스스로 합친 게 아니라 강제로 병합당했다는 사실이 단어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해명하려던 자리에서 나온 이 한마디가 역사 인식 논란을 다시 불렀습니다. 12일, 하영은 자필 사과문을 SNS에 올렸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적었습니다.

독립운동가 소개 글, 조용히 내려간 이유

논란이 커지면서 함께 움직인 곳이 있습니다. 경기 안양시입니다. 안양시는 2020년 광복 75주년을 맞아 시민기자단이 쓴 "안양시의 독립운동가를 찾아서"라는 블로그 글에서 안상호를 지역 독립운동가 중 한 명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11일, 친일 행적이 재조명되자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안양시 관계자는 "게시할 당시에는 친일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최근 관련 논란이 이어져 해당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정친목회가 어떤 단체였는지도 함께 알려졌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상임연구위원의 2007년 논문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1927년 이 단체를 "총독정치를 시인하고 내선민족의 융화를 목적으로 하는 내선융화단체"라고 규정했습니다. 6년 전에는 독립운동가로, 지금은 친일 단체 평의원으로 — 같은 인물에 대한 공식 기록이 새 사실 앞에서 뒤집힌 셈입니다. 시민기자단이 선의로 쓴 글이라도, 근거가 바뀌면 기록도 바뀐다는 걸 안양시 사례가 보여줍니다.

'행동'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사연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의원이 이 논란에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 매체가 전한 취지는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조상이 남긴 과오는 후손이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무엇을 하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체마다 "선조 과오 알게 된 후 어떤 행동 하느냐 중요", "부모는 못 골라도 이후 행동이 중요"처럼 조금씩 다른 문장으로 옮겼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검색창에 '행동'이 자주 오른 것도 이 발언이 여러 매체 제목으로 반복해서 걸리면서였습니다.

파장은 하영의 다른 활동으로도 옮겨갔습니다. 예정돼 있던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인터뷰는 하영과 정해인 모두 취소됐습니다. 이제훈과 함께 촬영 중인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제작진은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태"라며 "사안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친일 역사는 엄정히 봐야 하지만 후손은 후손의 행동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반응과, 그와 결이 다른 반응이 함께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죄보다 그다음이 중요한 이유

이 논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최초 대응과 이후 대응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소속사는 "사실무근"에서 사실 인정으로, 안양시는 독립운동가 소개에서 비공개 전환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 전환의 계기가 문서로 남은 기록이었다는 것입니다. 1916년 평의원 명단, 1927년 경무국 문서, 2007년 논문 — 셋 다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논란을 볼 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어떤 문서가 근거로 제시됐는지, 처음 입장과 나중 입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달라진 이유가 새 기록인지 여론의 압박인지입니다. 이 셋을 보면 사과문의 문장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용만 의원의 말대로 조상의 과오는 후손이 고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사실이 드러난 뒤 누가 무엇을 정정하고 누가 무엇을 사과했는지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하영의 남은 활동에 대한 평가나 이 논란의 결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 매일경제, 연합뉴스, 중앙일보, 조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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