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정아가 방송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집에 아직도 엄마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어머니를 간병하다 홀로 남은 이 배우는, 왜 이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그대로 꺼냈을까요.
3줄 요약
1. 양정아가 KBS 예능에서 모친상 심경을 말했습니다
2. 작년 12월 간병 시작, 6월 이별입니다
3. 상실은 끝난 뒤에 더 크게 옵니다
수요일 저녁, 포천으로 떠난 세 사람
지난 8월 12일 수요일 저녁 7시 40분, KBS 1TV '황신혜의 같이 삽시다'가 방송됐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싱글들이 함께 지내며, 혼자였던 일상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어 보는 관찰 예능입니다. 이번 회차에는 황신혜, 신계숙, 양정아 세 사람이 경기도 포천으로 여름 여행을 떠났습니다.
백운계곡에서 물세례를 퍼부으며 놀고, 포천 명물인 이동 갈비 맛집에서 빵과 버터를 곁들인 'K-갈비' 조합까지 맛봤습니다. 밤에는 한탄강 주상절리 위로 펼쳐지는 미디어 쇼를 함께 봤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여름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황신혜와 신계숙은 여행 내내 한 사람을 유독 세심하게 챙겼습니다. 지난 6월 어머니를 떠나보낸 양정아였습니다.
'같이 삽시다'라는 제목처럼,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개입하도록 설계된 예능입니다. 이번 회차에서 그 개입은 물놀이나 맛집 탐방이 아니라, 상실을 겪은 한 사람 곁을 지키는 일로 향했습니다.
"정말 저 혼자가 됐다"
여행 중 양정아는 먼저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집에 아직도 엄마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건넨 말도 언니들 앞에서 털어놓았습니다.
같은 회차 인터뷰에서는 심경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왔습니다. 양정아는 "정말 저 혼자가 됐다"며 "사실 잘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고, 언젠가 집으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뜻이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챙겨줄 사람도 엄마도 없고, 혼자 생활해야 하는 느낌에 이제 혼자라는 느낌이 들더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건 부고와 심경이 어긋나 있다는 점입니다. 어머니는 6월에 떠났는데, 8월 방송에서 양정아가 되풀이한 말은 "슬프다"가 아니라 "실감이 안 난다"였습니다.
간병이 끝난 자리가 더 넓다
양정아는 앞선 방송에서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어머니를 간병하며 "제 생활을 다 멈췄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긴 투병으로 짧은 대답조차 힘겨워하던 어머니 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며 후회가 남지 않게 정성을 쏟았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는 친척들이 함께 머물며 짐 정리를 도왔다고도 전했습니다.
간병하는 사람의 하루는 해야 할 일로 빈틈없이 채워집니다. 약을 챙기고, 병원에 가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시간표가 됩니다. 그 시간표가 사라지면 슬픔이 먼저 오는 게 아니라 빈 시간이 먼저 옵니다. 양정아가 "새벽에 눈을 뜨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라고 시점을 콕 집어 말한 것도 그래서일 겁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자리에 원래 있던 일이 없어진 겁니다.
주변에 이런 시기를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대목이 실마리가 됩니다. 장례가 끝나고 몇 주 뒤가 더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조문객이 다 돌아가고, 서류 정리도 끝나고, 이제 괜찮아 보이는 그때입니다.
언니들이 한 일은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병간호하는 양정아를 지켜봐 온 황신혜는 "지금 힘들 텐데 견뎌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먼저 어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신계숙도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건 두 사람이 준비한 것이 대화가 아니라 일정이었다는 점입니다. 계곡, 갈비, 밤마실. 어머니와 지내는 동안 늦은 외출을 자연스레 자제해 온 양정아는 모처럼 나선 밤길에 어색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슬픔을 견디는 사람 곁에서 이들이 한 일은 특별한 말이 아니라, 그저 함께 계곡에 몸을 담그고 갈비를 뜯고 밤길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한탄강 주상절리 위로 미디어 쇼가 펼쳐지자 신계숙은 "빛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에 양정아는 "이젠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며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무엇을 해 줘야 할지 몰라 연락을 미루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 회차가 보여준 답은 단순합니다. 할 말을 준비하는 대신, 같이 갈 곳을 정하는 겁니다.
참고
- 뉴시스, 국제뉴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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