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파는 김밥 한 줄 값이 올해 6월 3838원까지 올랐습니다.
2022년에는 2946원이었습니다. 4년 새 30% 넘게 오른 값인데, 같은 기간 문을 닫는 분식집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값을 그만큼 올렸는데, 가게는 왜 버티지 못하는 걸까요.
3줄 요약
1. 김밥값은 4년 새 30% 올랐습니다
2. 서울 상반기 개업 348곳, 폐업 461곳
3. 가격표만 보면 이 시장의 절반만 보입니다
한 줄에 3838원, 4년 만에 30% 올랐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2022년 2946원에서 2023년 3200원을 거쳐, 지난 6월 3838원까지 올랐습니다. 2022년 대비 상승률은 30.3%입니다. 같은 기간 짜장면은 22.2%, 냉면은 22.8%, 삼겹살은 21.0% 올랐습니다.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김밥이 가장 가팔랐습니다.
이유는 김밥이라는 음식의 생김새에 있습니다. 밥, 김, 달걀, 햄, 채소를 한 줄 안에 다 넣어야 하니, 어느 하나가 오르면 그대로 원가가 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를 보면 쌀 20㎏ 평균가격은 1년 새 4.1% 올랐고, 달걀 30개는 4.2%, 마른 김 10장은 6.2% 비싸졌습니다. 여기에 폭염이 겹쳤습니다. 시금치 100g 소매가는 한 달 새 134% 뛰었습니다.
손이 많이 간다는 점도 부담을 키웁니다. 김밥은 재료를 손질해 일일이 말고 썰어야 해서 사람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5년 전보다 12.7% 올랐고, 내년에는 1만700원이 됩니다.
개업 348곳, 폐업 461곳
값을 올렸는데도 분식집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분식전문점은 348개, 문을 닫은 곳은 461개였습니다. 창업 5년 생존율은 32.1%로 외식업 10개 세부업종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습니다. 새로 연 분식집 세 곳 중 두 곳은 5년을 못 버틴다는 뜻입니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분석에서도 2018년 창업한 분식점의 68.4%가 5년 안에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숫자도 줄어드는 중입니다. 올해 1분기 서울 시내 분식전문점은 9448곳으로 1년 전보다 287곳(2.9%) 적었습니다. 2024년 2분기 9989곳을 정점으로 매 분기 내려가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간판도 하나씩 내려갑니다
브랜드를 단 가게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인 김가네의 대학로 1호점은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를 보면 김가네 매장 수는 2022년 448개에서 2024년 378개로 줄었고, 고봉민김밥인은 541개에서 450개로, 바르다김선생은 지난해 말 100개 선이 무너졌습니다. 매출도 함께 꺾여 세 브랜드 모두 지난해 전년보다 뒷걸음쳤고, 고봉민김밥인을 운영하는 회사는 영업손실까지 냈습니다.
원가는 뛰는데 값을 계속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사용하는 재료가 많고 손이 많이 가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모두 큰 메뉴"라며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을 계속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값을 올리면 손님이 줄고, 올리지 않으면 남는 게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김밥만의 사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조금씩 여러 종류 쓰다 보니, 오늘 덜 팔린 재료는 내일 쓰레기가 됩니다.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분식집은 판매량을 정확히 맞히지 못하면 폐기 비용까지 그대로 떠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김밥을 아예 메뉴에서 빼는 가게도 나오고 있습니다.
밥상이 다시 집으로 갑니다
손님 쪽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2024년 3분기 121.3에서 올해 2분기 127.9까지 올랐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119.77보다 외식 물가가 더 가파르게 뛴 셈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다시 듭니다. 이마트의 지난달 쌀 매출은 1년 전보다 42%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장조림이나 진미채 같은 기본 반찬은 36.6%, 밀키트는 12% 늘었습니다. 1000원이 안 되는 두부·콩나물이 잘 팔리자 이런 초저가 상품 종류는 1년 새 14종에서 60종으로 늘었습니다. 채소가 비싸고 쉽게 무르니 냉동채소나 손질 채소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김밥집은 이렇게 양쪽에서 눌립니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값을 마음껏 올릴 수 없고, 값을 올리는 사이 손님은 집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이 시장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3838원이 아니라 348과 461입니다. 다음에 김밥집 가격표를 볼 때, 그 숫자 뒤에 문 닫은 가게가 더 많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릴 만합니다.
참고
- 서울경제, Daum, 데일리안
태그 #김밥값 #김밥가격 #분식집폐업 #김가네 #고봉민김밥인 #바르다김선생 #외식물가 #집밥트렌드 #최저임금 #쌀값 #달걀값 #참가격 #서민물가 #폭염채소값 #자영업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