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배우 김민희와 감독 홍상수가 나란히 상을 받았습니다.
여러 매체가 이 수상을 두고 '3관왕'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정작 세 번째 상이 무엇인지는 어느 기사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3줄 요약
1. 홍상수 감독상, 김민희 최우수연기상입니다
2. 연기상은 지난해 '수유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3. '3관왕'의 세 번째 상은 아직 미확인입니다
제79회 로카르노, 이틀 사이에 있었던 일
8월 14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제7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신작 '눈 둘 데가 없네' 공식 Q&A가 열렸습니다. 홍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가 나란히 무대에 올라 취재진과 관객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공식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4월 아들을 얻은 뒤 처음이었습니다.
'눈 둘 데가 없네'는 홍상수 감독의 서른다섯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부모의 갈등 이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상희가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만나러 제주도로 향하는 이야기로, 김민희와 함께 최명길, 권해효 등이 출연했습니다.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황금표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김민희는 이번 작품이 "아기를 낳고 처음 찍은 영화"라며, 출산 후 2년쯤 쉬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서니 예전과 상태가 달랐다고 머니투데이에 말했습니다. 촬영장에 아기와 함께 나가 수유와 이유식 준비를 마친 뒤에야 촬영을 시작했다고도 했습니다. 영화에만 몰두하던 예전의 자신은 사라졌고, 그렇게 달라진 모습이 극 중 인물에 자연스럽게 투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루 뒤, 감독상과 최우수연기상
Q&A 다음 날인 8월 15일, 국내 매체들이 일제히 수상 소식을 전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감독상, 김민희는 최우수연기상입니다.
김민희에게 로카르노 최우수연기상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 '수유천'으로 같은 상을 받았습니다. 시상식에서는 아들을 언급하다 울컥했고, 옆자리의 홍상수 감독이 이를 다독였다고 스포츠서울이 전했습니다.
'3관왕'이라는데, 세 번째 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선비즈, KBS, 뉴시스, OSEN, 세계일보, 스포츠조선까지 여러 매체가 이번 수상을 '3관왕'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들에서 실제로 이름이 나오는 상은 감독상과 최우수연기상, 두 개뿐입니다. 나머지 하나가 어떤 부문인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는 어느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숫자를 부풀렸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영화제가 발표하는 상은 국제경쟁 본상 외에도 심사위원 특별상, 각 부문 시상, 독립 심사단이 따로 주는 상까지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그중 하나가 함께 발표됐는데 국내 보도에서는 이름 없이 숫자로만 합산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름이 없는 상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셀 수 있는 것은 둘입니다. 감독상과 최우수연기상. 세 번째는 부문명이 공개된 다음에 세도 늦지 않습니다.
기사 속 숫자를 셀 때 쓰는 기준 하나
'○관왕'은 기사에서 가장 쉽게 옮겨지는 숫자입니다. 한 매체가 쓰면 다음 매체가 그대로 받고, 그렇게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난 기사에서는 이미 확정된 사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체 수가 늘어난 것이지 근거가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숫자를 쓴 기사가 몇 개인지가 아니라, 그 숫자의 항목이 하나하나 이름을 갖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3관왕이라면 상 이름이 셋 나와야 합니다. 둘만 나온다면 나머지 하나는 아직 독자가 확인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이번 건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확정된 것은 두 개, 보류할 것은 한 개. 영화제 공식 수상자 명단이 나오면 그때 채워 넣으면 됩니다.
2015년부터 이어진 인연
두 사람이 처음 함께 작업한 영화는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였습니다. 이 작품으로 홍상수 감독은 로카르노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김민희가 '수유천'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올해는 두 사람이 각각 감독상과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습니다.
한 영화제가 십여 년에 걸쳐 같은 감독과 배우에게 반복해서 상을 준다는 것은, 그 작업이 매번 같은 심사 기준을 통과해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상에서 확실한 것은 그 지점이지, 상의 개수가 아닙니다.
참고
- 머니투데이, 마이데일리, 스포츠서울, 아주경제, 조선비즈, KBS 뉴스, 뉴시스, OSEN, 세계일보,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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