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14일, 수원지검 소속 검사 2명에 대한 징계를 직접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 앞선 지난 4월, 검찰 내부 조직인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같은 검사들을 두고 "징계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이미 내놓은 바 있습니다.
불과 넉 달 사이, 같은 사안을 두고 대검과 법무부의 판단이 이렇게 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3줄 요약
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사 2명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2. 사직원 낸 2명은 경고, 남은 2명은 징계 청구
3. 확정은 검사징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법무부는 8월 14일 공지를 내고, '수원지검 검사 집단퇴정' 사건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감찰 대상이던 검사 4명 모두에게서 비위 사실이 인정돼 징계 의견이 나왔습니다.
다만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사직원을 제출한 상태였습니다.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서류를 낸 사람이라 어차피 조직을 떠나게 되는 만큼, 법무부는 무거운 징계 대신 장관 경고로 처리했습니다.
남은 2명에 대해서는 정성호 장관이 직접 징계를 청구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검사들은 앞으로 검사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징계 수위가 정해집니다. 4명 모두에게 비위가 인정됐지만, 실제로 무거운 절차를 밟는 것은 여전히 근무 중인 이 2명뿐인 셈입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대검찰청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법정에서 시작됩니다
일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25일이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자리 위증 의혹' 사건 재판을 앞두고,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가 준비 절차를 열었습니다.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다툴지, 누구를 증인으로 부를지 미리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이 부르겠다고 신청한 증인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한 만큼, 배심원을 닷새 안에 다 모아 끝내려면 증인신문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수원지검 검사 4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재판부의 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며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신청(기피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뒤, 법정에서 전원 나가버렸습니다. 법무부가 이번에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이 퇴정 행위 자체입니다. 증인을 몇 명 부르느냐를 두고 다툰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을 검사들이 단체로 비웠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 곧바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과 존중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토대이자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법관에 대한 모독은 사법 질서와 헌정에 대한 부정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검사들의 집단 퇴정처럼 법정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정성호 장관의 지시로 수원고검이 감찰에 나섰습니다.
대검은 "어렵다" 했지만, 법무부는 따로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여기가 이번 사안의 핵심입니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지난 4월 비공개 회의를 열어 해당 검사들을 징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내부 기구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결론과 별개로 직접 감찰을 다시 진행했고, 비위 사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같은 사건, 같은 검사들을 두고 검찰 내부 기구와 법무부의 판단이 갈린 셈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이렇게 직접 나설 수 있었던 근거는 제도에 있습니다. 지난해 검사징계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검사 징계를 청구할 권한을 검찰총장만 갖고 있었습니다. 검찰 조직의 수장이 자기 조직 구성원의 징계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법이 바뀌면서 법무부 장관도 같은 권한을 쓸 수 있게 됐고, 이번 청구는 그 개정된 법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징계가 청구됐다고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다름 아닌 법무부 장관이 맡습니다. 징계를 청구한 사람과 그 심의를 주재하는 자리가 결국 같은 사람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부 매체는 이번 징계 청구의 수위를 '견책'으로 보도했습니다. 다만 법무부의 공식 발표문 자체에는 구체적인 수위가 나와 있지 않아, 아직 확정된 사실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검사징계위원회의 심의 일정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안을 계속 따라갈 생각이라면 볼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검사징계위원회가 언제 열리는지, 그리고 최종 수위가 '견책'이라는 보도대로 나오는지 아니면 그보다 무거워지는지입니다. 견책은 검사 징계 가운데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합니다. 비위가 인정됐다는 결론과 실제 처분의 무게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검찰 내부 감찰 기구는 넉 달 전 이 사안을 접고 넘어갔습니다. 법무부는 같은 사안을 다시 열어 결론을 냈고, 이제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위원회가 최종 수위를 정합니다.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대검이 아니라 법무부가 주도하는 절차의 끝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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