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다음 영화는 왜 초저예산일까

2026년 8월 7일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0일 만에 관객 1,500만 명을 넘겼습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 고른 것은 초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이상해 보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실제로 그렇게 갈려 있습니다.

3줄 요약
1. 장항준 감독의 차기작은 초저예산 독립영화입니다.
2. 올해 라인업에 550억 원짜리와 5억 원짜리가 같이 있습니다.
3. 사라진 것은 큰 영화가 아니라 중간입니다.

100억 원대 다음에 오는 것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개봉해 3월 6일 1,000만 관객을 넘었고, 3월 25일에 1,5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한국 영화로는 스물다섯 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웹매거진의 올해 라인업 분석에 이 영화의 제작비는 100억 원대로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3월 23일, 감독은 웹예능 '연기의 성'에서 차기작을 공개했습니다. 제목은 「국제변호사」, 주연은 이준혁 배우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 작품을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가 이 영화의 성격을 더 잘 보여줍니다. 텐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김의성·임형준 두 배우에게 출연을 제안하면서 출연료 대신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출연료 대신 투자라는 말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그만큼을 영화에 넣은 것으로 치고, 영화가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를 나눠 받습니다.

만드는 쪽에서는 당장 나가는 돈이 줄어듭니다. 작은 영화에서 인건비는 가장 큰 항목이라, 여기가 줄면 촬영 회차나 후반 작업에 쓸 여유가 생깁니다.

대신 위험이 배우에게 옮겨 갑니다. 잘되면 원래 출연료보다 많이 받고, 안 되면 한 푼도 못 받습니다.

낯선 제도는 아닙니다. 다만 100억 원대 상업영화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투자사가 자금을 대고 배우는 계약된 출연료를 받는 구조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이 이야기된다는 것 자체가 그 영화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550억과 5억이 같은 해에 있습니다

영진위 웹매거진이 정리한 올해 한국 영화 라인업의 제작비를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 「호프」 550억 원 —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수준
  • 「군체」 약 200억 원
  • 「국제시장2」 170억 원
  • 「왕과 사는 남자」 100억 원대
  • 「실낙원」 5억 원

맨 위와 맨 아래가 110배 차이입니다. 같은 산업, 같은 해에 개봉하는 영화들입니다.

그런데 이 금액은 무슨 돈일까

여기 나오는 숫자는 전부 순제작비입니다. 영화 한 편을 찍어서 완성하는 데까지 들어간 돈이라는 뜻입니다. 기획과 촬영과 후반 작업, 그리고 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가 여기 들어갑니다.

관객에게 알리는 돈은 여기 안 들어갑니다. 예고편을 만들고 광고를 걸고 극장에 거는 비용은 따로 잡고, 순제작비에 이걸 더해야 총제작비가 됩니다.

작은 영화에서 진짜 어려운 곳이 여기입니다. 5억 원으로 찍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영화가 극장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값은 제작비에 비례해서 줄지 않습니다. 만드는 값이 100분의 1이어도 알리는 값이 100분의 1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라진 것은 중간입니다

영진위는 순제작비 30억 원을 넘으면 상업영화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위 목록을 보면 30억 원 근처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100억 원 위쪽에 몰려 있거나, 아니면 한참 아래로 떨어집니다.

올해 영진위가 예산을 어디에 늘렸는지를 보면 같은 진단이 그대로 나옵니다.

뉴스핌 보도에 따르면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예산이 20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100억 원의 두 배입니다. 대상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이고, 한 편에 주는 한도는 순제작비의 40%와 25억 원 중 더 낮은 금액입니다.

4월에 발표된 선정작은 16편으로 지난해 9편보다 일곱 편 늘었습니다. 구간별로는 20억~30억 원이 7편, 30억~60억 원이 6편, 60억~100억 원이 3편입니다. 작은 쪽으로 갈수록 많습니다.

독립영화 지원은 따로 있습니다. 씨네21이 정리한 올해 지원 요강을 보면 독립예술영화 장편 제작 지원은 59억 3천만 원에 18편, 단편은 4억 1,700만 원에 25편입니다. 장편 한 편에 평균 3억 원 남짓입니다.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영화를 지원하는 항목도 올해 새로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무엇인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여유입니다. 흥행한 감독은 다음 작품을 고를 때 협상력이 생깁니다. 돈이 덜 드는 영화를 골라도 만들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놓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 반대입니다. 중간 규모로 만들 길이 마땅치 않으면 남는 선택지는 둘뿐입니다. 100억을 넘기거나, 아주 작게 가거나.

제가 눈여겨보는 건 선정작 16편 중 절반 가까이가 가장 작은 구간에 몰려 있다는 대목입니다. 중예산을 살리자고 만든 사업인데 실제로 뽑히는 작품은 그 구간의 아래쪽에 쏠려 있습니다. 이름은 중예산인데 내용은 저예산 쪽에 가깝습니다.


「국제변호사」는 아직 촬영 일정도 개봉 시기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언제 나오는지보다, 나올 때 제작비가 얼마로 적히는지가 더 볼 만합니다. 천만을 넘긴 감독이 초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일이 한 번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다음 사람이 따라 하는지가 거기서 갈립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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