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이 단어를 자주 듣지만 조문을 직접 읽어본 사람은 드뭅니다. 헌법이 계엄에 대해 정해 놓은 것은 다섯 개 항,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떤 절차로 선포되고 무엇으로 풀리는지가 거기 다 적혀 있습니다.
3줄 요약
1. 계엄은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선포합니다
2.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은 요건과 권한이 다릅니다
3. 국회 재적 과반이 요구하면 해제해야 합니다
헌법이 적어 놓은 다섯 줄
헌법 제77조는 이런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은 전시나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군사상 필요에 대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 두 가지입니다.
셋째,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합니다.
마지막 항의 서술어가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하여야 한다'라는 점이 이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두 가지 계엄은 어떻게 다른가
세부 내용은 계엄법에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요건이 다릅니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적과 교전 중이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흐트러져 행정과 재판 기능이 사실상 돌아가지 않는 경우에 선포합니다.
경비계엄은 사회질서가 흐트러져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지킬 수 없는 경우입니다.
문턱이 다릅니다. 앞엣것은 나라의 기본 기능이 멈춘 상태를 전제하고, 뒤엣것은 경찰만으로 감당이 안 되는 상태를 전제합니다. 어느 쪽이든 앞에 붙은 조건, 그러니까 전시나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요건은 똑같이 걸려 있습니다.
선포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
혼자 결정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바꾸려 할 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그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도록 합니다.
건의도 절차가 있습니다. 국방부장관이나 행정안전부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습니다.
선포할 때 공고해야 하는 항목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유, 종류, 언제부터 시행하는지, 어느 지역에 시행하는지, 그리고 계엄사령관이 누구인지입니다. 다섯 가지가 다 들어가야 합니다.
국회에 알리는 방식도 조문에 있습니다. 지체 없이 통고해야 하고, 이때 국무회의 회의록을 함께 국회에 내야 합니다. 국회가 쉬는 중이면 대통령이 국회에 모이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선포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계엄사령관이 맡는 범위가 종류에 따라 갈립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그 지역의 모든 행정 업무와 재판 관련 업무를 맡습니다. 경비계엄이면 군사에 관한 행정과 재판 업무만 맡습니다. 차이가 큽니다.
비상계엄 지역에서는 계엄사령관에게 특별한 권한이 생깁니다. 체포와 구금, 압수와 수색, 언론·출판·집회·결사,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문은 이 조치를 미리 공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를 동원하거나 징발하는 것, 군에 납품될 물품을 조사해 등록하고 밖으로 못 내가게 하는 것도 여기 들어갑니다. 작전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국민의 재산을 파괴하거나 태울 수 있다는 조항까지 있습니다.
조문을 훑어보면 계엄이 왜 예외적인 제도로 다뤄지는지가 설명 없이도 보입니다.
푸는 길은 두 갈래
해제 조항은 계엄법 제11조입니다. 두 가지 경우를 적어 두었습니다.
하나는 상황이 평상 상태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회가 해제를 요구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합니다.
해제할 때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칩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같은 문을 쓰는 셈입니다.
국회 쪽 요건은 헌법에 있습니다. 재적의원 과반수, 그러니까 현재 국회의원 정수의 절반이 넘는 수가 찬성하면 됩니다. 출석한 사람 기준이 아니라 전체 정수 기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긴급명령과 헷갈리지 않으려면
비슷해 보이는 제도가 하나 더 있습니다. 헌법 제76조의 긴급명령입니다.
긴급명령은 병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 명령을 대통령이 직접 내리는 제도입니다. 내우·외환이나 천재지변,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가 요건입니다.
풀리는 방식도 반대입니다. 긴급명령은 조치한 뒤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못 받으면 그때부터 효력을 잃습니다. 계엄은 승인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국회가 과반으로 요구하면 해제하는 구조입니다.
한쪽은 국회가 도장을 찍어줘야 살아 있고, 다른 쪽은 국회가 그만하라고 해야 끝납니다. 이 차이만 잡아 두면 두 단어를 섞어 쓸 일이 없습니다.
정리
계엄에 대한 규정은 선포 요건보다 선포 이후의 절차에 더 많은 줄을 쓰고 있습니다. 무엇을 공고해야 하는지, 회의록을 어디에 내야 하는지, 어떤 조치를 미리 알려야 하는지가 항목별로 적혀 있습니다. 조문을 한 번 읽어두면 관련 보도를 볼 때 무엇이 절차의 문제이고 무엇이 판단의 문제인지 스스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대한민국헌법 제76조·제77조·제89조 — https://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
- 계엄법 제2조·제4조·제7조·제9조·제11조 — https://law.go.kr/법령/계엄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 https://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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