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같은 분기 이야기입니다.
매출이 4분의 1 넘게 빠졌는데 이익은 그 두 배 넘는 속도로 줄었습니다.
배터리 소재 회사의 손익계산서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3줄 요약
1. 에코프로는 배터리가 아니라 소재를 만듭니다
2. 2분기 매출 26% 줄 때 이익은 63% 줄었습니다
3. 소재사 실적은 광물 시세를 따라 흔들립니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
에코프로는 사업을 직접 하는 회사가 아니라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입니다. 2016년 양극재 사업을 떼어 에코프로비엠을 만들었고, 2021년 대기환경 사업을 에코프로에이치엔으로 분리하면서 지금 형태가 됐습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보려면 배터리를 한 번 열어봐야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 오가면서 충전과 방전을 합니다. 그 양극 쪽 재료가 양극재이고, 배터리 원가에서 가장 큰 덩어리로 꼽힙니다. 에코프로비엠이 여기를 맡습니다.
전구체는 그 앞 단계입니다. 니켈·코발트·망간 같은 금속을 화학적으로 섞어 만든 중간 재료인데, 이걸 리튬과 합쳐야 양극재가 됩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포항 영일만에서 이 일을 하고, CBC뉴스 보도 기준 연간 5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췄습니다.
정리하면 광물 → 전구체 → 양극재 → 배터리 → 전기차 순서에서 이 그룹은 가운데 두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도 전기차도 만들지 않습니다.
매출이 광물 시세를 따라 움직입니다
여기가 이 업종을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배터리 업체들은 2018년부터 판가 연동제라는 방식을 씁니다. 원재료인 광물 가격이 오르내리면 그만큼을 양극재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계약입니다. 소재 회사가 광물값 폭등을 혼자 뒤집어쓰지 않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그런데 반영에 시차가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보통 두세 달 뒤에 붙습니다. 광물값이 오를 때는 이게 이득이 됩니다. 싸게 사둔 재료로 만든 물건을 비싼 값에 팔게 되니까요.
숫자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석 달 전 시세로 재료를 사서 창고에 넣어두고, 그걸로 만든 양극재를 오늘 시세를 반영한 값으로 넘깁니다. 두 시점의 시세가 같으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내릴 때는 반대가 됩니다. 비싸게 사둔 재료로 만든 물건을 싼값에 팔아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역래깅이라고 부릅니다. 리튬 가격이 내려간 구간에서 양극재 회사들의 수익성이 유독 나빠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767억과 180억
C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76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 줄었고, 영업이익은 180억 원으로 63.2% 줄었습니다.
이번 실적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이 두 숫자의 간격입니다. 매출이 준 폭보다 이익이 준 폭이 훨씬 큽니다.
공장은 물량이 줄어도 돌아갑니다. 설비 감가상각과 인건비는 판매량과 무관하게 나가고, 여기에 앞서 말한 역래깅이 겹치면 이익은 매출보다 빠르게 깎입니다. 흑자를 지켰다는 게 오히려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전기차 밖에서 늘어난 쪽
전량이 전기차로 가는 건 아닙니다. 같은 보도에서 전동공구와 전기자전거 같은 이른바 파워 애플리케이션용 양극재 물량은 직전 분기보다 28% 늘었습니다.
유럽과 북미의 전기차용 물량이 줄어드는 동안 이쪽이 버텨준 셈입니다. 다만 규모 자체가 전기차와는 차이가 크니,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한다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광산 쪽으로 내려가는 이유
이 그룹이 니켈 정제와 제련까지 손을 뻗는 게 눈에 띕니다. CBC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를 진행 중이고 2027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공장 양산을 추진합니다.
앞 단계로 내려가면 원재료를 남의 시세에 덜 휘둘리며 조달할 수 있습니다. 유럽 현지 생산은 관세와 현지 조달 요건 문제를 덜어냅니다. 둘 다 지금 실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몇 년 뒤 원가 구조를 바꾸려는 투자입니다.
다음에 볼 것
숫자를 볼 때 매출과 이익을 따로 보면 헷갈립니다. 매출은 광물 시세를 상당 부분 반영하니, 매출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물량이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출하량과 판매 단가를 나눠서 봐야 방향이 보입니다.
전방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회사가 만든 양극재는 배터리 회사로 가고, 그 배터리는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로 갑니다. 두 칸 건너에서 주문이 줄면 시차를 두고 여기까지 내려옵니다. 반대로 회복도 그만큼 늦게 도착합니다.
그리고 계획은 계획입니다. 제련소 가동 목표 시점, 헝가리 공장 양산 시점처럼 날짜가 붙은 항목은 실제로 그 시점에 이뤄졌는지로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소재 회사의 실적은 자기 실력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광물 시세와 전방 수요가 함께 얹힙니다.
그래서 한 분기 숫자로 회사를 판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글은 사업 구조를 설명한 것이고 투자 판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개별 종목에 대한 결정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 CBC뉴스 에코프로, 전기차 둔화 속 반등 경로 세 갈래…비전기차·유럽 생산·니켈 내재화 주목
- 비즈워치 '캐즘 한파' 배터리 소재 3사…같은 불황 다른 성적표
- 뉴스핌 리튬 가격 하락...양극재업계, 2분기도 어려웠다
- 에코프로 이차전지소재 사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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