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성별을 바꾸는 나이, 낚시하는 바다에서 2년 빨랐습니다

2026년 8월 8일

물고기 중에는 살아가는 도중에 성별을 바꾸는 종이 꽤 있습니다.

암컷으로 살다가 수컷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도 갑니다. 아무 때나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몸집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바꿉니다.

그런데 사람이 큰 개체만 골라 잡으면, 그 시점이 앞당겨진다는 관찰이 나왔습니다.

3줄 요약
1. 물고기는 태어난 성별로 평생 살지 않습니다.
2. 보호구역은 4살, 조업구역은 2살에 바꿨습니다.
3. 큰 개체만 골라 잡으면 무리 구조가 바뀝니다.

지중해에서 두 무리를 나란히 재봤습니다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 앞바다에 진주비늘치라는 물고기가 삽니다. 놀래기 무리에 속하는 손바닥만 한 어종입니다.

연구진은 낚시가 금지된 해양보호구역과 조업이 이뤄지는 구역, 두 곳의 물고기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보호구역 물고기는 평균 몸길이 17.4cm에 네 살. 조업구역 물고기는 14.9cm에 두 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가 곧 성전환 시점이었습니다. 조업구역에서는 두 살에, 보호구역에서는 네 살에 암컷에서 수컷으로 바뀌었습니다.

2년이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암컷으로 지내는 기간이요.

몸이 크면 암컷이 유리합니다

왜 하필 크기가 성별을 정할까요.

알을 만드는 데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몸이 크면 뱃속에 알이 많이 들어갑니다. 반면 정자는 몸집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작은 수컷도 정자는 충분히 만듭니다.

그래서 이런 물고기들에게는 작을 때 수컷, 커지면 암컷이거나 그 반대인 전략이 성립합니다. 진주비늘치처럼 무리를 거느리는 종은 후자입니다. 큰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과 짝짓기하는 구조라, 몸집이 작은 동안에는 암컷으로 알을 낳다가 충분히 커진 뒤 수컷 자리를 노립니다.

무리에서 가장 큰 개체가 사라지면 그다음 서열이 성별을 바꿔 그 자리를 메웁니다. 흰동가리, 그러니까 주황색에 흰 줄이 있는 그 물고기는 방향이 반대여서 우두머리 암컷이 사라지면 수컷이 암컷으로 바뀝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이 종마다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낚시는 하필 큰 것을 가져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낚시든 그물이든 사람이 가져가는 것은 대체로 큰 개체입니다. 그런데 이 종에서 큰 개체는 곧 수컷입니다. 수컷이 계속 빠져나가면 무리에는 수컷 자리가 계속 빕니다.

그러면 아직 어린 암컷이 그 자리를 메우러 올라옵니다. 두 살에 수컷이 되는 겁니다.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암컷으로 더 오래 살면서 몸집을 키우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지만, 이른 시기에 성전환을 하면 알을 낳을 기회가 사라진다."

작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빠져나가는 쪽은 반대편이니까요.

잡히는 마릿수만 세면 이 손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100마리를 잡아도 무리에 남은 개체들의 나이와 성별 구성이 달라지면, 다음 해에 태어나는 알의 수가 달라집니다. 물고기를 세는 일과 무리를 보는 일은 다른 일입니다.

유전자는 같았는데 표시가 달랐습니다

이 연구가 눈길을 끈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연구진은 물고기 120마리의 지느러미에서 DNA를 뽑아 비교했습니다. 두 구역 물고기의 DNA 서열 자체는 사실상 같았습니다. 다른 종이 된 것이 아니니 당연합니다.

대신 DNA에 붙은 화학 표지가 291곳에서 달랐습니다. 이 표지는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글자는 그대로인데 어디를 읽을지 표시해둔 형광펜이 다른 것에 가깝습니다.

에너지를 쓰는 방식, 신경세포,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서 차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논문은 7월 23일 왕립학회 학술지 필로소피컬 트랜잭션스 B에 실렸습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DNA 서열이 바뀌려면 아주 긴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이 형광펜은 훨씬 짧은 시간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몇십 년 조업한 결과가 물고기 몸에 남을 수 있다면, 그 통로는 서열이 아니라 이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진이 조심한 부분

이 대목은 그대로 옮기는 게 낫겠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이 강한 연관성이지 인과의 증명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개체 밀도, 포식자, 먹이 사정, 사회 구조의 교란 같은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고기가 성별을 언제 바꾸는지는 원래 주변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값입니다. 그러니 조업 압력만 떼어내 원인으로 못 박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보호구역 쪽이 유전적 다양성을 훨씬 잘 지키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우리 바다에도 성별을 바꾸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감성돔은 수컷으로 자라다가 네다섯 살쯤 대부분 암컷으로 바뀝니다. 능성어 무리도 대체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갑니다.

낚시하는 분들이 "씨알 굵은 놈"이라고 부르는 개체가, 종에 따라서는 그 무리에서 알을 가장 많이 낳는 개체이거나 유일한 수컷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다에 나가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수산자원관리법에는 어종마다 잡으면 안 되는 기간(금어기)과 크기(금지체장)가 정해져 있고, 해양수산부가 전체 기준을 한 장으로 공개합니다 — 어종별 금어기·금지체장 기준. 출조 전 대상 어종 한 줄만 찾아보면 됩니다.

큰 물고기 한 마리는 여러 마리의 합이 아닙니다

큰 물고기 한 마리는 작은 물고기 여러 마리의 합이 아닙니다.

무리 안에서 맡고 있던 자리가 있고, 그 자리가 비면 다른 개체가 몸을 바꿔서라도 채웁니다. 지중해에서 재본 2년의 차이는 그 대가가 숫자로 남은 것입니다.


참고자료

수치는 위 논문과 보도를 따랐습니다. 연구진 스스로 인과관계의 확증이 아니라고 밝힌 점을 함께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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