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에 얼음이 있다는 말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얼마나, 몇 미터 아래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드릴로 뚫어 보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그게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3줄 요약
1. 달 탐사는 이제 뚫지 않고 두드려서 얼음을 찾습니다.
2. 얼음 섞인 흙은 지진파가 2~3배 빠릅니다.
3. 확인은 8월 창어 7호부터입니다.
물부터 찾는 이유
달에 사람이 오래 머물려면 물이 있어야 합니다. 마시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에 전기를 흘리면 수소와 산소로 갈라집니다. 산소는 숨 쉬는 데 쓰고, 수소는 로켓 연료가 됩니다. 즉 달에서 물을 구할 수 있으면 달이 주유소가 됩니다. 지구에서 물을 실어 올리려면 그 무게를 밀어 낼 연료가 필요하고, 그 연료를 올릴 연료가 다시 필요합니다.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이 지구에서 연료를 다 채워 떠나는 것과 달에 들러 채우고 떠나는 것은 설계 자체가 달라집니다.
빛이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바닥
달의 자전축은 거의 서 있습니다. 지구처럼 기울어 있지 않아서, 남극 근처 깊은 분화구 바닥에는 태양빛이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이런 곳을 영구 음영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거기는 태양계에서 손꼽히게 추운 자리입니다. 혜성이나 태양풍이 실어다 준 물 분자가 그 바닥에 닿으면 다시 증발하지 못하고 수십억 년 동안 그대로 붙잡힙니다. 얼음이 남아 있는 이유와 탐사가 어려운 이유가 같습니다.
2009년 미국항공우주국은 2.3톤짜리 탐사선과 로켓 상단을 남극 분화구에 일부러 충돌시켜, 튀어 오른 먼지에서 물을 확인했습니다. 그 뒤로 17년이 지났는데도 분포는 여전히 지도로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뚫으면 한 점, 두드리면 한 면
드릴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뚫은 그 자리 하나만 알 수 있습니다. 착륙선 한 대가 뚫을 수 있는 구멍은 기껏해야 몇 개인데, 살펴야 할 남극 일대는 분화구가 여럿 겹친 넓은 지역입니다. 어디를 뚫을지 정하려면 이미 지도가 있어야 하는데, 지도를 만들려면 뚫어야 합니다.
7월 3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연구가 이 순환을 끊는 방법을 내놨습니다. 메릴랜드대와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하와이대 연구진의 결과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얼음이 섞인 흙과 마른 흙은 진동을 전혀 다르게 전달합니다.
얼음은 알갱이 사이를 시멘트처럼 굳힙니다. 굳은 물질일수록 진동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연구진 측정으로 얼음이 섞인 달 표토는 마른 표토보다 지진파가 2~3배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게다가 진동이 그냥 통과하지 않고 상당 부분 튕겨 나옵니다. 벽에 소리가 부딪혀 메아리가 돌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빠르기가 다르고 메아리가 돌아온다면, 표면에서 진동을 재는 것만으로 아래에 뭐가 있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지하 800미터쯤까지 구조를 그릴 수 있다는 게 연구진 계산입니다.
지구에서는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석유와 가스를 찾을 때 수십 년째 쓰는 방법이고, 원리가 똑같습니다.
실험은 애리조나에서 했습니다
달에 가서 해 볼 수는 없으니, 애리조나에서 가져온 화산암을 달 먼지와 비슷하게 만들어 실험실에서 얼린 뒤 진동 속도를 쟀습니다. 여기에 달 남극의 온도 분포 모형을 씌우고, 월진이 지하 얼음층을 만났을 때 어떻게 퍼지는지 컴퓨터로 돌렸습니다.
달에는 지진이 있습니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놓고 온 지진계가 실제로 기록했습니다. 조석력과 온도 변화, 운석 충돌이 원인입니다. 남의 힘으로 생기는 진동을 받아 쓰면 되니 폭약을 터뜨릴 필요도 없습니다.
8월부터 실측이 시작됩니다
중국 창어 7호가 2026년 8월 하반기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에 더해 작은 도약 탐사선이 함께 갑니다. 이 도약 탐사선이 영구 음영 지역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물 분자를 직접 재는 것이 계획입니다. 탑재 장비에는 지진계도 들어 있습니다.
착륙 목표 지점은 섀클턴 분화구 근처입니다.
그 분화구 안을 처음 찍은 건 우리 위성입니다
섀클턴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항공우주국과 함께 실은 카메라 섀도캠으로 2023년 초에 찍어 공개한 곳이 바로 그 분화구 안쪽입니다.
빛이 없는 곳을 어떻게 찍었느냐면, 빛을 만들지 않고 주변 지형이나 지구에서 반사돼 들어온 아주 약한 빛을 긁어모으는 방식을 썼습니다. 일반 카메라보다 200배 민감하게 만든 이유가 그것입니다. 태양빛이 한 번도 든 적 없는 바닥의 지형이 사진으로 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다만 사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표면까지입니다. 바닥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는 보이지만, 그 아래 몇 미터에 얼음이 있는지는 사진에 찍히지 않습니다. 이번 지진파 연구가 채우려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고, 두 방식이 겹치는 지점도 그래서 생깁니다. 사진으로 후보지를 좁히고 진동으로 그 아래를 읽는 순서입니다.
우리 위성이 먼저 뚜껑을 열어 본 자리로 이제 다른 나라 착륙선이 향하는 셈입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이번 연구가 증명한 것은 방법이 통한다는 것이지 달 남극에 얼음이 얼마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실의 얼린 돌과 실제 달 표토가 같으리라는 보장도 아직은 모형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8월 이후에 볼 것은 하나입니다. 창어 7호의 지진계가 실제로 기록을 보내오는지, 그 기록이 실험실에서 예상한 속도 차이와 맞아떨어지는지.
섀도캠이 찍은 영구 음영 지역 사진은 섀도캠 공식 이미지 갤러리에 원본 해상도로 공개돼 있습니다. 빛이 한 번도 든 적 없는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글로 읽는 것보다 한 장 보는 쪽이 빠릅니다.
달 탐사 소식에서는 착륙 여부만 보게 되기 쉽지만, 이번에 바뀐 것은 착륙한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두드려서 안을 읽는다는 발상이, 결국 어디를 뚫을지를 정합니다.
참고자료
- Phys.org Moonquakes could reveal ice buried beneath lunar south polar craters
- Highways.Today Hunting for Lunar Ice is Sharpening the Tools That Map Earth's Subsurface
- 뉴스스페이스 중국, 2026년 우주 강국 도약 위한 5대 주요 임무 본격화
- 테크M 싸이테크: 달에는 정말 물이 있을까?
- NASA ShadowCam Images Lunar South Pole Region — 다누리 탑재 극저조도 카메라
연구 원문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026년 7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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