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값을 보고 놀란 적, 있으실 겁니다.
사료값이 올라서, 키우는 마릿수가 줄어서라고들 했습니다.
지난 4일 검찰이 다른 이유를 하나 더 내놨습니다.
3줄 요약
1. 돼지고기 유통업체 6곳이 담합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 도매값 2.2% 오를 때 입찰가는 9.8% 올랐습니다.
3. 아직 재판 전이고, 유죄 여부는 법원이 정합니다.
지금 어디까지 온 사건인가
8월 4일 서울동부지검이 돼지고기 유통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국내 유통 1위인 도드람푸드가 포함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3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 시점 | 일어난 일 |
|---|---|
| 2017년 8월 ~ 2023년 11월 | 검찰이 담합 기간으로 본 6년 3개월 |
| 2023년 11월 |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
| 2026년 3월 | 공정위, 9개사에 과징금 부과 · 6곳 검찰 고발 |
| 2026년 4월 | 검찰, 9개 업체 압수수색 |
| 2026년 8월 4일 | 6개 법인·임직원 12명 불구속 기소 |
기소는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뜻이지 유죄가 정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래는 전부 검찰과 공정위가 밝힌 혐의이고, 판단은 법원이 합니다.
1조 2천억은 챙긴 돈이 아닙니다
기사마다 1조 2천억 원이 붙는데, 이 돈은 업체들이 남긴 이익이 아닙니다. 이마트가 그 기간 이 업체들에서 사들인 돼지고기 값 전부입니다.
실제 과징금은 31억 6,500만 원. 부당하게 더 받아낸 돈이 얼마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값을 가렸더니 서로 알려줬습니다
이마트는 납품업체들이 서로 얼마를 써냈는지 볼 수 없게 했습니다. 가격 경쟁을 시키려고요.
그러자 업체들이 자기들끼리 알려줬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입니다.
입찰이 값을 내리는 원리는 단순합니다. 옆 회사가 얼마를 쓸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낮춰야 딸 수 있습니다. 경쟁은 상대가 안 보일 때 작동합니다.
보이면 멈춥니다. 옆에서 1만 8천 원을 쓸 걸 알면 1만 7천 원까지 내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들은 매주 부위별 견적가를 주고받았고 2021년 11월부터는 텔레그램 비밀 단체방까지 만들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삼겹살 1만 8천 원, 목심 1만 4천 원 아래로는 쓰지 말자고 바닥을 정했다고 합니다.
같은 값을 쓰면 티가 나니까 100원에서 200원씩 차이를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2.2%와 9.8%
담합이 값을 어떻게 비트는지가 공정위 숫자에 나옵니다.
돼지 도매값이 2.2% 올랐을 때 이들이 써낸 값은 9.8% 높았습니다.
반대로 도매값이 11.5% 내렸을 때 이들은 6.4%만 내렸습니다.
오를 때는 더 올리고, 내릴 때는 덜 내립니다. 값이 시장을 따라가지 않고 한쪽으로만 기웁니다.
"오를 땐 금방인데 내릴 땐 감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감각의 숫자가 이겁니다.
20%는 마트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 담합으로 대형마트 돼지고기 판매가가 최소 20% 이상 올랐다고 봤습니다.
대형마트 가격은 동네 정육점이 값을 매길 때 참고하는 기준선입니다. 검찰은 이번 일이 돼지고기 물가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거꾸로 된 장면도 있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적발 이후에는 도매가격이 올랐는데도 대형마트 삼겹살 값은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경쟁이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지를 같은 매대에서 보여준 셈입니다.
왜 6년이나 몰랐을까
담합은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값이 비싼 건 누구나 압니다. 그게 원가 때문인지 서로 짜서인지가 가격표만 봐서는 갈라지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뿐입니다.
이 사건도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풀렸습니다. 조사가 들어오자 경쟁사와 주고받은 대화와 가격 자료를 지웠다는 게 검찰 조사 내용입니다.
한 업체에서는 법무팀 직원이 영업팀장에게 삭제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 대목이 제일 눈에 걸립니다. 회사가 법을 지키는지 살피라고 둔 자리에서요.
담합은 어디에 신고하나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ftc.go.kr)의 민원참여 메뉴에 불공정거래 신고가 있습니다. 국민신문고(epeople.go.kr)로도 되고, 전화는 1670-0007입니다.
본인 확인은 거치지만 신고자 신원은 보호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고 자료를 붙이면 됩니다.
중요한 건 그 증거입니다. "짜고 치는 것 같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포상금 기준은 올해 6월 18일부터 달라졌습니다. 담합은 30억 원이 상한이었는데 그 한도가 없어졌고, 과징금의 10%를 기준으로 기여도를 따져 지급합니다.
담합한 회사가 스스로 털어놓는 길도 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가장 먼저 증거를 들고 오면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담합이 결국 깨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누가 먼저 갈지 모른다는 것.
아직 재판 전입니다. 유죄인지 아닌지는 법원이 정합니다.
다만 값이 오르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졌습니다. 사료값도 마릿수도 아닌, 매주 오가는 견적가 하나로도 오릅니다.
다음에 "왜 이렇게 비싸졌지" 싶을 때 원가 말고 다른 쪽도 떠올려볼 만합니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 '국민 삼겹살'로 1조2000억 꿀꺽…"카톡·텔레 싹 지워라" 발칵
- MBC 입찰가 가리자 열린 단톡방‥"삼겹살 1만 8천 원 하시죠"
- 매일신문 이마트 돼지고기 납품 담합 9개사, 과징금 31억6500만원
- 한국경제 담합행위 신고 포상금, 18일부터 상한 없앤다
- 경향신문 1조2000억대 '돼지고기 담합' 적발…도드람 등 유통사·임직원 무더기 재판행 — 담합 기간(2017년 8월~2023년 11월)과 기소 업체
-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방법 안내
수치는 위 보도에 실린 검찰·공정위 발표를 따랐습니다.
이 글에 적은 담합 내용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이며 아직 법원 판단을 받지 않았습니다.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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