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원한 세계유산 안내책자가 하시마섬, 이른바 군함도를 ‘첨단 기술을 갖춘 해상도시’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인 강제동원과 노동 실태는 이 책자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세계유산을 설명하는 책에서 무엇을 쓰고 무엇을 빼는지가 다시 역사 인식의 쟁점이 됐습니다.
3줄 요약
1. 군함도 안내에 강제동원 역사가 빠졌습니다
2. 책자는 산업화와 해저광산을 부각했습니다
3. 등재 때 약속한 설명과 구분해 봐야 합니다
군함도에 한 쪽을 쓴 안내책자의 서술
일본의 유네스코 가입 75주년 기념사업으로 발간된 여행 안내책자는 일본의 세계유산과 관련 유적을 소개합니다. 문부과학성이 추진한 기념사업의 하나로 발간됐고, 세계유산 소재 지방자치단체들도 제작에 협력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책자는 하시마섬을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산업화의 성과로 설명했습니다. 관련 지면 2쪽 가운데 1쪽을 군함도에 할애해 “첨단 기술을 갖췄던 해상도시”로 서술했고, 하시마 탄광은 국내외 석탄 수요를 뒷받침한 해저광산으로 소개했습니다.
문제는 이 설명에서 조선인 강제동원과 노동 실태가 빠졌다는 점입니다. 군함도를 산업 시설이나 관광 대상만으로 읽으면,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역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등재 당시 약속과 책자 내용은 다릅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가 포함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전후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공식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안내책자는 그 역사보다 일본의 근대화와 산업혁명을 앞세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도 조선인 동원보다 일본 산업화의 우수성을 부각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안내책자 한 권의 표현은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군함도와 관련해 무엇을 공식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는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도광산에서도 반복된 역사 누락
책자는 사도광산을 소개하면서도 에도시대 금 생산과 ‘장인’ 전시에 집중했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됐습니다. 사도광산은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뒤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이용됐으며, 1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노역에 동원됐습니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알리도록 일본에 요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했습니다. 군함도와 사도광산의 공통점은 산업 성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제동원이라는 역사까지 설명할 책임이 제기돼 왔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