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영화는 사건의 배후를 하나의 답으로 못 박기보다, 당시 현장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제목의 괄호와 복수형 ‘들’도 그 질문을 남기려는 선택입니다.
3줄 요약
1. ‘암살자(들)’은 배후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2. 1974년 사건에 가상 인물을 더했습니다.
3. 괄호 속 ‘들’은 질문을 남긴 표기입니다.
1974년 8월 15일, 국립중앙극장에서 벌어진 사건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중, 재일 한국인 문세광이 무대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으나 곁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을 맞아 숨졌습니다.
당시 수사본부는 문세광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고 결론 냈고, 문세광은 그해 말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다만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은 오랫동안 이어졌다고 보도됐습니다.
‘암살자(들)’은 이 사건과 이후 문세광의 사형, 경찰 수십 명 파면 등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삼되, 사건을 좇는 인물들은 가상으로 구성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수사와 보도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을 더한 시대극인 셈입니다.
형사·기자들이 좇는 영화 속 의문
유해진이 연기한 형사 철구는 경축식 경호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현장과 수사본부 발표가 엇갈린다고 느끼며 사건을 파고듭니다.
박해일은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는 현장을 취재하는 신입 기자 영일을 맡았습니다. 두 기자 역시 정부의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고 취재에 나서는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영화는 암살 사건의 배후를 쫓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면서, 1970년대의 언론 통제와 긴장된 사회 분위기를 함께 담아냅니다.
허진호 감독은 이 작품에서 암살 관련 사실이 왜 어떤 상황에서 생겼는지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기 위해 가정적인 대사를 많이 썼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인물의 추적과 대사는 사건의 확정된 해답이 아니라, 감독이 제시하는 질문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제목의 ‘들’이 가리키는 것
영화 제목은 ‘암살자’ 뒤에 괄호 속 ‘들’을 붙였습니다. 허 감독은 암살자가 한 명인지 여러 명인지 확정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이런 표기를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선택은 작품의 태도를 압축합니다. 영화가 제시하는 것은 특정 배후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공백과 의문입니다. 관객은 형사와 기자가 좇는 단서들을 따라가지만, 영화는 그 끝에서 단정적인 답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허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사건을 기억하며, 약 10년 전 관련 각본을 읽고 영화화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에는 당시 검열원이 신문사에 상주하던 풍경과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도 연결해 담겼습니다. 사건 자체뿐 아니라 억압적인 시대에 진실을 말하려 했던 사람들을 함께 그리고자 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