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제살인 가해자, 징역 30년인데 왜 또 재판을 받았을까요

2026년 8월 25일 · 한국

2024년 9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결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옛 연인이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가해자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지난 19일, 부산지법에 다시 섰습니다. 이미 무거운 형이 확정된 사람이, 왜 같은 사건으로 또 재판을 받아야 했을까요.

3줄 요약
1. 부산 교제살인범, 스토킹으로 추가 실형을 받았습니다
2. 검찰 구형 3년, 선고는 1년 2개월이었습니다
3. 유족이 사비 80만 원으로 증거를 찾았습니다

살인 재판이 끝난 뒤에 열린 두 번째 재판

지난 19일 부산지법 형사11단독은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폭행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재결합을 거부하는 20대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이 확정된 그 사람입니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것은 살인이 아니라 그 이전입니다. 2024년 8월 21일부터 살해 당일인 9월 3일까지, 피해자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A씨가 전화와 문자를 보낸 횟수는 모두 71차례였습니다. 이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 살인죄와는 별개로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3년 구형이 1년 2개월이 된 자리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선고는 그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재판을 방청한 반성폭력 활동가 '연대자 D'는 연합뉴스에 "스토킹 범죄가 살인죄와 함께 병합 재판을 받지 못하면서, 이미 확정된 살인죄와 형평성을 고려하는 형법상 '후단 경합범' 감경 규정이 적용됐다"고 말했습니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어떤 범죄가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다른 범죄보다 먼저 저질러진 경우, 뒤늦게 재판받는 쪽은 두 사건을 한 재판에서 같이 판결했더라면 나왔을 형량과의 균형을 따지게 됩니다. 그 형평을 고려해 법원이 형을 정하고, 필요하면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자동으로 깎이는 것은 아니고, 재판부가 판단합니다. 다만 이번 선고에서 그 규정이 형량을 얼마나 낮췄는지는 판결문 밖에서 알기 어렵습니다.

사비 80만 원짜리 잠금 해제

스토킹 정황이 세상에 나온 경로가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피해자 어머니는 "딸의 휴대전화에 증거가 다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휴대전화를 열어보지 않은 채 유족에게 돌려줬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아이폰의 보안 잠금을 기술적으로 해제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서울의 한 사설 포렌식 업체에 약 80만 원을 주고 직접 잠금을 풀었습니다. 그 안에는 피해자가 명백히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A씨가 끊임없이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에 따르면 스토킹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그 증거가 나온 직후가 아니라, 살인 사건 1심이 진행되던 도중 부산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실 대응 문제가 지적된 뒤에야 시작됐습니다. 피해자는 숨지기 전 교제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한 이력이 있었고 긴급 주거 지원까지 받았지만, 그 단계에서 스토킹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유족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검찰 구형만큼이라도 선고되길 바랐는데 1년 2개월에 그쳐 가슴이 무너진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 수위가 "여전히 안일하고 가볍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는 한편, A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살인 재판에 이어 스토킹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가해자를 마주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면서도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앞으로 남은 법적 절차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밟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면

이 사건에서 남는 것은 형량 숫자가 아니라, 71차례의 연락이 왜 살인 전에 수사 기록으로 남지 않았는가입니다. 그 답을 유족 한 사람의 사비로 확인해야 했다는 사실도요.

당장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면 몇 가지는 미리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통화 기록과 문자는 기기 밖에도 남겨둡니다. 화면을 캡처해 클라우드나 이메일로 옮겨두면, 기기 하나에 사고가 생겨도 기록은 남습니다. 신고할 때는 "연락이 온다"보다 횟수와 기간을 숫자로 말하는 편이 접근금지 같은 긴급조치 판단에 쓰입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24시간 상담과 법률·주거 지원 연계를 함께 합니다. 개별 사건에서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는 상담을 거쳐 확인해야 합니다.

방청한 활동가는 유족이 "하나의 사건을 두고 기나긴 수사와 재판 과정을 반복해 견뎌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가해자, 같은 관계에서 비롯된 일인데 재판은 두 번 열렸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을 견딘 것은 결국 남겨진 쪽이었습니다.

참고

  • 연합뉴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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