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청년주택, 오세훈은 왜 "1㎝도 양보 못 하겠다"고 했을까요

2026년 8월 24일 · 한국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집을 짓는 방안을 꺼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은 "1㎝도 양보 못 하겠다"였습니다.

같은 서울의 주택난을 놓고, 왜 두 쪽의 답이 정반대일까요.

3줄 요약
1. 오세훈이 반대하는 건 용산공원 본체입니다
2. 주변 캠프킴은 이미 2500가구가 확정됐습니다
3. 공원 본체는 법이 한 번 더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가 눈을 돌린 곳은 장교숙소였습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용산공원 개발계획은 8·13 공급대책 안에 들어 있던 항목이 아닙니다. 대책이 발표된 뒤 정부가 서울 도심에 남은 땅을 찾다가 공원 부지 활용 가능성을 꺼내 들었고, 그러면서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설명은 공원 전체를 개발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교숙소나 군인아파트처럼 이미 건축물이 들어선 곳, 정부 표현으로는 훼손된 부지만 제한적으로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공급 대상은 청년과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입니다. 이미 사람이 살던 공간이 있으니 공원을 지키는 일과 청년에게 집을 주는 일이 양립 못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국토교통부도 어느 부지에 몇 가구를 짓는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나 공론화위원회를 열어 공급 필요성과 공원 보존 가치를 함께 논의하겠다는 단계입니다.

오세훈 "그곳은 공원 예정지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장관은 8월 20일 한 시간쯤 마주 앉았습니다. 7월 24일 이후 약 한 달 만이자, 8·13 대책 이후로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결과는 입장차 확인이었습니다.

오 시장은 회동 직후 "본체 부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이라도, 제한된 면적이라도 주거 용도로 전용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그것을 동의하는 것은 서울시장으로서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는 "정부는 훼손된 부지만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곳은 훼손된 부지가 아니라 공원 예정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미군기지 반환 후 부지 전체를 대규모 녹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통해 국민과 한 약속이라는 게 그의 논거입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이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과도 맞닿아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그는 최근에도 용산공원에 대해 "1㎝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원 대신 대출 규제를

오 시장이 내놓은 대안은 공원이 아니라 대출 규제입니다. 디딤돌대출의 주택 가격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대출 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히고 한도를 6억 원 수준으로 올리라고 요구했습니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미리내집'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최고 경쟁률이 759대 1에 달할 만큼 수요가 몰리는데, 현행 규정은 기존 장기전세주택 물량의 50% 이내에서만 공급하도록 묶어 놓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물량을 스스로 늘릴 수 있게 법령을 고쳐 달라는 것입니다. 이미 준공됐는데 입주가 늦어지는 청년안심주택 문제도 함께 거론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시급한 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계획이 아니라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라는 게 그의 표현입니다.

캠프킴에서 접점을 찾을까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영배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지만, 여기서도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처럼 시간이 걸려도 공급이 가능한 대체 부지를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눈을 돌린 곳은 공원 본체가 아니라 그 주변입니다. 캠프킴과 미군 수송부 등을 합치면 약 18만㎡ 규모의 산재부지가 있고, 이 가운데 캠프킴은 이미 2500가구 공급이 확정돼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는 이태원 국군재정관리단 부지, 외교부 주차장, 후암동 한국은행 숙소도 후보지로 제안했습니다.

다만 이 땅들로 정부가 기대하는 물량을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매각됐거나 다른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 섞여 있고, 개별 규모도 작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두고도 정부는 1만 가구, 서울시는 8000가구로 갈렸습니다.

국회 상황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여야는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을 그날 유보하고 다음 주로 넘겼습니다. 두 기관의 논의 결과를 보겠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공원 본체에 집을 짓게 해 주는 법이 아닙니다. 캠프킴 같은 주변 복합시설조성지구의 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입니다. 본체에 주택을 넣으려면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법 개정이 따로 필요합니다.

청년·신혼부부라면 어디를 봐야 하나

그래서 지금 시점에 실제로 일정이 잡힌 것은 공원 본체가 아니라 캠프킴입니다. 2029년 착공이 목표이니 입주는 그보다 더 뒤입니다. 공원 본체 쪽은 법 개정과 공론화,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정화가 줄줄이 남아 있어 오 시장 본인도 현 정부 임기 안에 착공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논쟁에서 당장 내 조건을 바꿀 수 있는 건 공원 계획이 아니라 대출 기준과 임대 물량 쪽입니다. 디딤돌대출의 주택 가격 기준과 한도, 미리내집의 50% 공급 제한은 법령과 정부 결정으로 정해지는 것이어서 용산공원 협상과 별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회동 소식보다 국토교통부의 대출 기준 발표와 관련 법령 개정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효과에 대한 기대치도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SBS Biz 보도에 따르면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은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고, 소유하면서 입지 좋은 곳을 매수하고 싶은 수요가 강한 상황에서는 시장 매수세를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공급이 이뤄지면 도심 청년층의 주거 부담은 덜어지지만, 매매시장 전체를 가라앉히는 효과까지 붙여 읽기는 이르다는 뜻입니다.

두 사람은 이번 주 안에 다시 만나기로 했고, 날짜는 조율 중입니다. 그 자리에서 나올 결론은 공원 본체가 아니라 주변 부지와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용산공원에 집이 들어서느냐는 질문의 답은, 그날이 아니라 특별법 다음 개정안이 어디까지 손을 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 아주경제, 머니투데이, 한겨레, KBS, SBS Biz, 헤럴드경제, 경향신문,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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