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해서웨이가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 임신한 배를 드러낸 옷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제가 된 건 옷이 아니라 반응이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저 배, 진짜 맞느냐"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만삭의 몸은 왜 이렇게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는 걸까요.
3줄 요약
1. 임신한 배 모양에는 정해진 표준이 없습니다
2. 복근 발달 정도와 이전 임신 경험이 배 모양을 바꿉니다
3. 사진 한 장으로 임신 여부나 건강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9일의 레드카펫, "진짜 배 맞아?"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해서웨이는 미국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이 맞춤 제작한 하늘색 하이넥 상의에 로우라이즈 청바지를 매치했습니다. 상의 앞자락이 짧게 재단돼 배와 배꼽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43세인 해서웨이가 지난 6월 셋째 임신 사실을 공개한 뒤, 이 배를 처음으로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청바지는 임부복이 아니라 일반 여성복 브랜드 제품이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습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배가 가짜처럼 보인다", "임신한 배가 아닌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동아일보 보도로는 아예 "실리콘을 붙인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습니다. 옷차림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몸 자체가 진짜인지를 의심하는 반응이었습니다.
해서웨이는 정색하는 대신 유머로 받아쳤습니다. 바로 다음 날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녹화를 위해 외출할 때도 다시 배가 드러나는 은색 러플 상의를 입었습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레드카펫 준비 영상을 올리며 "가짜 머리카락, 진짜 배(Fake hair, real bump)"라고 적었습니다. 가발은 가짜지만 배는 진짜라는 뜻이었습니다.
복근이 발달했거나, 이미 한 번 겪었거나
동아일보가 전한 영국 '더 헬스 스위트'의 아시야 마울라 박사 설명에 따르면, 임신한 배 모양에는 애초에 정해진 표준이 없습니다. 임신 중에는 자궁이 커지면서 복부 근육과 결합 조직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데, 그 정도와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소 운동으로 복근이 발달해 있었는지, 이전에 임신한 적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배가 나오는 시점과 모양이 달라집니다. 재임신인 경우 배 조직이 이미 한 번 늘어난 경험이 있어 더 일찍, 더 다른 형태로 부풀어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옷도 영향을 줍니다. 골반에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바지는 임신 후기로 갈수록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자궁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조명과 카메라 각도, 자세까지 더해지면 같은 배도 사진마다 다르게 찍힙니다. 마울라 박사는 "육안이나 사진만으로 임신부의 건강 상태나 실제 임신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체형과 자세, 옷차림이라는 변수를 다 걷어내지 않고서는, 사진 한 장으로 무언가를 단정할 근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셈입니다.
리한나 이후, 배를 감추지 않는 패션
경향신문이 전한 CNN 보도는 이번 논란을 '리한나 이후의 세계'라는 표현으로 설명했습니다. 임신하면 배를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통념이 크게 흔들린 계기가 2022년 리한나의 행보였다는 것입니다. 리한나는 당시 배를 드러낸 샤넬 패딩 차림으로 임신 사실을 알렸고, 미국판 보그 표지에서는 레이스 보디수트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 가수 시아라, 배우 시에나 밀러 등이 잇따라 임신한 배를 가리지 않는 레드카펫 룩을 선택하면서, '베이비 범프'는 감출 것이 아니라 레드카펫의 일부가 됐습니다.
쇼핑 데이터에도 이 변화가 나타납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 집계로 2024년 임부복 검색량은 전년보다 45% 줄었고, 임부용 원피스 검색은 53% 감소했습니다. 따로 임부복을 찾기보다 평소 입던 옷으로 임신한 몸을 표현하려는 흐름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감추던 몸을 드러내는 쪽으로, 소비의 방향 자체가 바뀐 셈입니다.
가리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고
그런데 흐름이 자리 잡았다고 해서 시선까지 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에 맞게 옷을 입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고 해도, 정작 배를 드러내는 순간 그 몸은 다시 대중의 평가 대상이 됐다"고 짚었습니다.
뉴스엔 보도에 따르면 해서웨이는 8월 15일(현지시간) 다시 공식 석상에 섰는데, 이번에는 배가 드러나지 않는 옷차림이었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의 같은 배가, 며칠 사이 드러났다가 다시 가려진 셈입니다.
이번 논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몸을 드러내는 자유와 그 몸을 검증하려는 시선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커졌다는 점입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기 전에, 그 판단이 애초에 가능한 것인지부터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참고
- 경향신문, 동아일보, 뉴스엔
태그 #앤해서웨이 #앤해서웨이임신 #임신패션 #베이비범프 #임신배모양 #리한나임신 #임산부패션 #셋째임신 #레드카펫패션 #임부복 #할리우드배우 #지미키멀라이브 #임신중체형 #만삭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