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농협 이사 선거를 두고 경찰이 입건한 사람이 162명입니다.
경찰이 추정하는 금품 규모는 1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조합원 전체가 아니라, 투표권을 가진 134명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한 사람에게 오간 돈은 몇십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총액이 10억 원대가 됐을까요.
3줄 요약
1. 농협 이사는 조합원이 아니라 대의원이 뽑습니다
2. 후보 15명이 대의원 1명당 50만~90만원을 건넨 혐의
3. 우리 지역 농협은 어떻게 뽑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162명 가운데 134명이 표를 쥔 사람이었습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북 안동경찰서는 24일 안동농협 비상임이사 후보자 15명과 대의원 134명, 여기에 돈을 전달한 농협 관계자 등 모두 162명을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추정한 금품 규모는 10억 원 이상입니다.
입건된 후보 15명 가운데 10명은 당선인이었습니다. 이 중 8명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스스로 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수사의 출발점은 좀 뜻밖입니다. 돈을 건네고도 떨어진 후보 한 명이 대의원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 구분 | 인원 | 혐의 |
|---|---|---|
| 후보자 | 15명 | 금품 제공 |
| 대의원 | 134명 | 금품 수수 |
| 전달 관여 | 13명 | 금품 전달 |
5만 원권을 고무줄로 말아, 논두렁에서
경찰 조사에서 후보자들은 대의원 한 명에게 50만~90만 원씩 건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방식이 눈에 띕니다. 5만 원권을 고무줄로 묶어 둥글게 만 뒤, 논밭두렁이나 목욕탕 탈의실, 차량 안처럼 남의 눈을 피하기 쉬운 곳에서 악수하는 척 손에서 손으로 넘겼습니다.
받은 쪽도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의원 상당수가 여러 후보에게서 돈을 받았고, 그중 100여 명은 후보 15명 전원에게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사람 앞으로 간 돈이 50만~90만 원이어도, 그런 전달이 열다섯 번 겹치면 총액은 자리수가 달라집니다.
유권자 명단이 투표일 전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안동농협 비상임이사는 조합원 전체가 직접 뽑지 않습니다. 조합원이 뽑은 대의원들이 모여 대신 뽑는 간접선거입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조합의 대의원은 모두 140명인데, 이번에는 그중 6명이 후보로 나서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실제로 표를 행사한 사람은 134명이었습니다.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이사 10명을 한꺼번에 뽑는 방식이어서, 대의원 한 사람이 후보 10명에게 표를 줄 수 있었습니다. 여러 후보가 같은 대의원을 동시에 붙잡아도 서로 표가 부딪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00여 명이 후보 전원에게서 받았다는 조사 결과는 이 구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제일 눈여겨볼 만한 건 액수보다 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접선거에서는 누구를 설득해야 하는지가 투표일 전부터 명단으로 확정돼 있습니다. 상대가 좁고 분명할수록 접근하는 쪽도 계산이 쉬워집니다.
11명은 이미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경찰은 지난 20일 후보자 11명을 검찰에 넘겼고, 남은 4명도 이달 말까지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투표권을 가졌던 대의원 134명 전원도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
다만 입건은 수사 대상이 됐다는 뜻이지 유죄가 확정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 남아 있고, 최종 처벌 수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조합은 총회에서 뽑나, 대의원회에서 뽑나
농업협동조합법은 조합장을 뺀 임원을 총회에서 뽑도록 하면서, 정관에 따라 대의원회가 그 총회를 대신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사를 조합원 전체가 뽑는지 대의원 백여 명이 뽑는지는 법이 아니라 그 조합의 정관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조합원이라면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리 조합 이사를 뽑는 자리가 총회인지 대의원회인지, 그리고 대의원회라면 대의원이 몇 명인지. 이 두 가지만 알아도 우리 조합의 선거가 안동과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안동에서 드러난 것은 유별난 사람들이 아니라, 표를 쥔 사람이 누구인지 미리 알 수 있는 선거의 생김새입니다. 그 생김새 자체는 안동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음 임원 선거 이야기가 나오거든, 후보 이름보다 뽑는 방식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 국민일보, 연합뉴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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