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 사별 뒤 정선희 씨가 꼽은 말, 다정한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2026년 8월 24일 · 한국

힘들다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대개 다정한 말을 고릅니다.

그런데 아이 넷 키우기가 버겁다는 후배에게 "그럼 도로 집어넣든가"라고 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더 이상한 건 그 말을 들은 쪽이 오히려 마음을 추슬렀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3줄 요약
1. 안재환 씨 사별 뒤 정선희 씨가 겪은 건 빚과 악플이었습니다
2. 채무 78억5천만 원, 원금만 30억 원으로 전해집니다
3. 다정한 말투보다 무엇을 분리해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럼 도로 집어넣든가"

지난 21일 밤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정선희 씨와 김지선 씨가 함께 나왔습니다. 방송인 이경실 씨와의 오랜 인연을 이야기하다가, 각자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김지선 씨였습니다. 네 아이를 키우며 산후 우울감을 겪던 때 "내가 미쳤다고 애 넷을 낳았다"고 하소연했더니, 돌아온 답이 "그럼 도로 집어넣든가"였다고 합니다. 미디어파인 보도에 따르면 김지선 씨는 그 말을 듣고 "아, 그래.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말만 떼어 놓고 보면 차갑습니다. 그런데 이 대답에는 위로에 흔히 붙는 두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남의 고통을 대신 해석해 주는 말, 그리고 곧 좋아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남은 것은 이미 벌어진 사실 하나뿐입니다.

빚 78억5천만 원, 그리고 악플

정선희 씨가 꺼낸 시기는 더 무거웠습니다. 2007년 배우 안재환 씨와 결혼했지만 이듬해인 2008년 9월 남편과 사별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사망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소문이 퍼졌고, 그 화살이 고스란히 정선희 씨를 향했습니다. 결국 방송을 접고 한동안 모습을 감춰야 했습니다.

돈 문제도 같이 왔습니다. 남편이 남긴 채무를 떠안으면서 한때 78억 5천만 원이 거론됐고 그중 원금만 30억 원 규모였다고 전해집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고도 알려졌습니다. 정선희 씨는 이날 방송에서 그 시절을 "세상이 날 생매장시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정선희를 이 땅에 살게 하지 않는구나" 싶었다고요.

다만 이 액수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수치이지, 이번 방송에서 본인이 직접 밝힌 것은 아닙니다. 78억이라는 숫자가 워낙 커서 그 자체로 화제가 되지만, 어떤 채무가 어떻게 합쳐진 금액인지까지는 확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슬픈 딱따구리를 해 달라던 시절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선희 씨는 이날 자신의 오래된 개인기인 딱따구리 성대모사도 꺼냈습니다. "마음의 수심이 깊었을 때에도 시키더라. 슬픈 딱따구리를 해 달라더라"는 대목입니다. 남편을 잃고 소문과 빚에 시달리던 그 시기에도, 카메라 앞에서는 웃음을 주는 자리에 서 있었다는 뜻입니다. 화면에 비치는 얼굴과 그 뒤의 마음이 늘 같지는 않다는 것을 이 한마디가 보여줍니다.

"너도 네 일 열심히 해"

버티다 못한 정선희 씨는 이경실 씨에게 "언니, 나 못 견디겠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내가 백기 들란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돌아온 말은 이랬습니다. "걔들도 걔들을 열심히 하는 거다. 너도 네 일 열심히 해." 정선희 씨는 이 말을 두고 "간단한데 환기가 됐다"고 돌이켰습니다.

거창한 위로도, 감정적인 동조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이 말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행동내가 할 수 있는 내 일을 갈라놓습니다. "그럼 도로 집어넣든가"도 구조가 같습니다. 이미 벌어져 되돌릴 수 없는 쪽과, 지금 내 손에 남은 쪽을 나눠 놓는 겁니다. 괴로움이 커지는 건 대개 이 둘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을 때입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까지 내가 어떻게 해 보려는 순간, 싸움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됩니다. 정선희 씨가 스스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부른 것도 상대가 애초에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언제 통하고 언제 흉기가 되는가

그렇다고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화법은 아닙니다. 두 사람의 경우에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오래 쌓인 신뢰가 있었고, 상대가 붙들고 있던 것이 이미 벌어진 일이었으며, 바꾸려던 대상이 자기 힘 밖에 있는 남의 마음이었습니다.

반대라면 같은 말이 그냥 상처입니다. 아직 결정을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던지면 판단을 무시하는 말이 되고, 서로를 잘 모르는 사이라면 냉대로만 남습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다 그 말의 값을 알아본 건 한참 지난 뒤였습니다. 듣는 순간에는 아팠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힘들다고 할 때 우리가 고를 수 있는 건 부드러운 말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지금 붙들고 있는 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그것부터 같이 갈라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그 말은 관계가 먼저 감당할 수 있을 때에만 위로가 됩니다.

참고

  • 미디어파인, 스타뉴스, 뉴스1, 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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