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번햄 영국 총리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가위원회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하원 선거에 쓰이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가 그대로일 때와 비례성을 높인 방식으로 바꿔 계산할 때, 정당별 의석 전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핵심은 어느 제도가 더 낫다는 단정이 아니라, 득표율과 의석수의 관계를 어디까지 맞추려 하느냐에 있습니다.
3줄 요약
1. 비례대표제는 득표 비율을 의석에 가깝게 반영합니다.
2. 노동당은 26% 득표에 39% 의석 전망이 나왔습니다.
3. 개편 논의와 제도 변경은 아직 같은 일이 아닙니다.
26% 득표가 39% 의석이 되는 구조
영국 하원 선거의 소선거구 다수대표제(FPTP) 는 650개 선거구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한 명을 뽑습니다. 유권자는 선호 후보 이름 옆에 한 표를 표시하고, 그 선거구에서 1위가 된 후보가 의원이 됩니다. 이 방식은 결과를 이해하기 쉽고 단일 정당 정부를 만들기 쉽다는 평가를 받지만, 전국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가디언이 모어 인 커먼(More in Common)의 최근 여론조사 기반 모형을 인용해 9월 30일 보도한 내용에서는, 노동당이 26% 득표로 의석의 39%인 250석을 얻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래도 과반에는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득표율에서 크게 앞서지 않아도 특정 지역에서 1위를 많이 하면 의석을 더 얻는 구조가 이런 차이를 만듭니다.
이 추산은 실제 선거 결과가 아니라 특정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모형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소선거구제에서 ‘전국 득표 1위’와 ‘의석 다수’가 반드시 같은 크기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세 가지 비례 방식이 달리 계산하는 법
비례성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지역 정당명부제, 단기이양식(STV), 추가의석제(AMS) 가 제시됐습니다. 지역 정당명부제는 지역 단위 정당 득표를 의석 배분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STV는 유권자가 후보의 선호 순위를 매기고 표가 이전될 수 있게 설계한 방식입니다.
AMS는 지역구 후보 표와 정당 표, 두 표를 행사합니다. 지역구에서는 소선거구제로 의원을 뽑고, 지역 정당 득표를 바탕으로 추가 의원을 배분해 전체 의석을 보정합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이 방식을 사용하며, 지역구 의원 73명과 8개 지역의 추가 의원 56명으로 구성됩니다.
같은 모형에서 노동당 의석 비율은 지역 정당명부제 26%, AMS 26%, STV 27%로 추산됐습니다. 반대로 녹색당은 현 소선거구제에서 3석이지만 세 비례 방식에서는 모두 50석을 넘는 전망이 제시됐습니다. 선두 정당의 의석 보너스는 줄고, 전국적으로 표를 받은 소수 정당의 의석은 늘어나는 것이 이 비교의 가장 선명한 대목입니다.
연립·소수 정부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
비례성이 높아지면 한 정당이 과반을 얻기 어려워지고, 연립정부나 소수정부가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가디언의 모형은 어느 제도에서도 단독 과반 정당이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노동당·자유민주당·녹색당·스코틀랜드국민당(SNP)·플라이드 컴리의 조합, 또는 리폼·보수당·리스토어 브리튼의 조합이 정부 구성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이것은 의석이 득표를 더 닮게 되는 대신, 선거 뒤 정당 간 협상이 정부 구성의 중요한 단계가 된다는 뜻입니다. ‘한 표가 얼마나 의석으로 옮겨지는가’와 ‘누가 단독으로 정부를 꾸릴 수 있는가’는 서로 맞바뀔 수 있는 기준입니다.
번햄 총리가 국가위원회 구상을 발표했고 노동당 의원 100명 이상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SNP, 플라이드 컴리가 이를 지지했다는 보도는 개편 논의가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위 모형의 제도들은 도입이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비교를 위한 전망입니다. 영국의 비례대표제 논의는 결국 대표성의 비율과 정부 구성 방식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할지의 선택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