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10일(현지시각) 중국 기반 연구소들이 자사 모델 클로드의 능력을 허가 없이 학습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논쟁의 중심은 다른 모델의 답변을 참고했다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용자가 다른 AI 서비스를 쓴다고 생각한 대화가 제3자 모델로 넘어갔을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3줄 요약
1. 앤트로픽이 중국 기업의 무단 증류를 주장했습니다
2. 알리바바 관련 계정은 1억5100만건을 이용했습니다
3. 이용자 대화의 전달 경로가 핵심 쟁점입니다
3500개 계정과 1억5100만건의 상호작용
앤트로픽은 1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 2월 이후 중국 본토 기반 연구소 7곳의 클로드 무단 증류 활동을 탐지하고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증류란 성능이 높은 ‘교사 모델’의 출력 데이터를 더 작은 ‘학생 모델’ 훈련에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이 방식 자체는 AI 업계에서 쓰이지만, 앤트로픽은 허가 없이 모델 능력을 추출·복제하려는 활동을 ‘불법 증류’로 규정했습니다.
가장 큰 사례로 지목된 곳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입니다. 앤트로픽은 알리바바와 연계된 운영자들이 2026년 5월부터 7월까지 3500개가 넘는 사기성 계정을 동원해 클로드와 1억5100만건 이상 상호작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 최대 규모는 약 300만건이었다고 합니다.
앤트로픽의 설명대로라면 이들은 클로드 오푸스의 추론 관련 출력을 지도학습 데이터로 바꿔 알리바바의 큐원(Qwen) 3.5·3.6·3.7 모델 훈련에 활용하려 했습니다. 에이전트 기능, 도구 사용, 코딩, 데이터 분석, 논리 추론 같은 핵심 기능이 대상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알리바바의 직접 답변이나 확인 내용은 기사 본문에 담기지 않았으므로, 이 대목은 앤트로픽의 조사 결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키미’를 썼는데 클로드를 거쳤을 가능성
더 민감한 대목은 모델 성능 경쟁보다 이용자 대화의 처리 경로입니다. 앤트로픽은 중국 AI 기업 문샷 AI가 자사 서비스 키미(Kimi) 이용자의 질문을 클로드로 보내 답변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용자는 키미를 사용한다고 알았지만, 실제 요청과 응답이 클로드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앤트로픽은 문샷 AI 관련 사례에서 5월부터 7월까지 2300만건이 넘는 요청이 클로드에 전달됐고,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5380개 사기성 계정이 쓰였다고 밝혔습니다. 전달된 대화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기업 정보처럼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사례가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중국 AI 기업 딥시크에 대해서도 유사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앤트로픽은 딥시크가 일부 고객 요청을 클로드 오푸스로 우회했고, 7월 14일 동안 딥시크 관련 교환 1210만건 이상을 관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례 역시 앤트로픽 보고서의 분석입니다. 특정 기업이 실제로 어떤 이용자 정보를 어느 범위에서 처리했는지는 각 기업의 공식 설명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프록시가 끼면 책임 경로도 복잡해집니다
앤트로픽은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 미국 AI 모델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3자 프록시 네트워크가 가짜 계정과 함께 활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록시는 이용자와 AI 서비스 사이에서 요청을 대신 전달하는 중계망입니다. 이 구조가 사실이라면 이용자는 자신이 입력한 질문이 어느 모델과 어떤 중계 서비스를 통과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점은 ‘증류’라는 기술 용어보다 대화가 어디로 전달됐는가입니다. 모델 답변을 학습에 활용하는 문제와 별개로,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모델을 거친 사실을 알았는지와 민감한 내용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가 개인정보와 서비스 약관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증류가 전 세계 AI 업계에서 사용하는 중립적이고 통상적인 기술이며, 미국이 기술 문제를 정치화해 중국 산업을 억압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앤트로픽은 비정상 계정과 프록시 패턴 탐지를 강화하고 의심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논란은 기술 경쟁의 규모보다 이용자 대화의 통제권을 누가 갖는지 묻는 사건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