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350만 원을 썼다는 후기가 이틀째 화제입니다.
신부 측 하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부모가 없고, 가까운 친구도 만들지 못했다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그런데 이 350만 원은 결혼식 전체 비용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의 값일까요.
3줄 요약
1. 350만 원은 스드메 패키지 계약 금액입니다
2. 청첩장 9,900원, 슈즈 4만7,000원은 별도입니다
3. 견적서는 총액 말고 줄을 하나씩 읽습니다
350만 원은 어디까지의 값인가
지난 14일 한 결혼 정보 공유 카페에 "신부 측 하객이 0명인 결혼식을 해보셨나요"로 시작하는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문화일보와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작성자는 자신을 보육원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기사 제목마다 붙은 350만 원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이 묶인 패키지를 계약한 금액입니다. 흔히 스드메라고 부르는 그 묶음입니다. 결혼식에 들어간 돈 전부가 아니라, 항목 하나의 값입니다.
작성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외곽 예식장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예식장 대관료가 얼마였는지, 그게 350만 원 안에 들어 있는지는 보도된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적히지 않았다는 것이 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9,900원과 4만7,000원
숫자로 남은 항목은 이렇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은 9,900원에 직접 만들었고, 웨딩슈즈는 4만7,000원대, 2부에 입을 원피스는 4만8,000원대 제품을 골랐습니다. 셋을 합쳐도 10만 원 남짓입니다.
더 눈여겨볼 건 뺀 목록입니다. 드레스 업그레이드와 원판 사진처럼 추가 비용이 붙는 선택 사항을 대부분 제외했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에 처음부터 없던 게 아니라, 있는 걸 지운 겁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이 이 후기에서 실제로 가져갈 만한 건 350만 원이라는 총액이 아니라 이 목록이라고 봅니다. 총액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떤 항목이 옵션인지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견적서를 받으면 기본가와 옵션을 분리해 다시 세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객이 없어서 싸진 게 아닙니다
제목은 "하객 0명"과 "350만 원"을 나란히 붙여 놓았지만, 원 글에서 이 둘은 원인과 결과가 아닙니다.
하객이 없는 건 절약 방법이 아니라 작성자의 처지였습니다. 부모가 없었고, 고등학교 때까지 따돌림을 당했고, 대학 때는 불판을 닦으며 학교를 다니느라 가까운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신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하객석이 텅 빈 자기 결혼식을 상상하며 결혼을 포기하려 했다고 적었습니다.
비용을 줄인 건 그와는 별개인 네 가지 선택이었습니다. 외곽 예식장, 패키지 계약, 옵션 제외, 저렴한 소품. 하객이 많았어도 할 수 있는 선택들입니다.
남편이 한 말
작성자가 결혼을 포기하려 할 때, 당시 남자친구는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고 합니다. 남들의 시선보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결혼식은 작성자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수녀의 혼배성사로 치러졌습니다. 머니투데이는 무교였던 남편도 이를 받아들여 함께 성당에서 식을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비용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어쩌고 말하는 거 다 상술이에요." 아낀 돈은 전세금에 보태거나 S&P500을 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어디에 보탤지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니 그대로 따라 할 말은 아니지만, 이 글이 감상만 남긴 후기가 아니라는 건 그 문장에서 드러납니다.
지금은 남편과 15평 빌라에서 밥을 해 먹고 돈을 모으며 지낸다고 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줄은 "이 세상에 정말 많은 고아원 동생 언니 오빠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였습니다.
확인 안 된 것들
이 사연의 출처는 카페 글 하나입니다. 문화일보와 머니투데이가 각각 기사로 옮겼고 다른 매체들도 같은 사연을 다뤘지만, 서로 다른 곳을 취재해 맞춰 본 게 아니라 같은 글을 각자 인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날짜, 지역, 예식장 이름, 작성자의 나이 같은 건 아무 데도 나오지 않습니다. 350만 원이 정확히 어디까지 덮는 금액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 하나로 요약된 견적은 대개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감춥니다. 이 후기가 널리 읽힌 이유는 350만 원이 싸서가 아니라 뺀 것을 하나씩 적어 뒀기 때문일 겁니다. 견적서를 앞에 둔 사람이 할 일도 같습니다. 총액 말고, 줄을 하나씩 읽는 것.
참고
- 문화일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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