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글로벌 제약사와 최대 3억 6,500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8월 5일 공시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5,219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지금 회사로 들어오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3줄 요약
1. 알테오젠 계약 5,219억 원은 한 번에 받는 돈이 아닙니다.
2. 선급금은 30일 안에, 나머지는 단계마다 나눠서.
3. 볼 곳은 계약 총액이 아니라 선급금입니다.
'최대'가 붙은 숫자
바이오 기술수출 기사에는 거의 예외 없이 '최대'가 붙습니다.
회사가 공시한 문장을 그대로 보면 "선급금 및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3억 6,500만 달러"입니다. 풀어 쓰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확정되는 돈이 있고 앞으로 일이 단계마다 잘 풀려야 들어오는 돈이 있는데, 그 둘을 전부 더한 것이 5,219억 원이라는 뜻입니다.
뒤엣것은 조건부입니다. 개발이 중간에 멈추면 그다음 단계의 돈은 오지 않습니다.
돈이 오는 길은 셋입니다
기술을 파는 계약에서 돈은 대체로 세 갈래로 들어옵니다. 이 셋을 구분하면 기사에 나오는 숫자가 훨씬 잘 읽힙니다.
선급금은 계약과 동시에 확정되는 돈입니다. 조건이 없습니다. 알테오젠은 이번 선급금을 계약 효력이 시작된 8월 5일부터 30일 이내에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 액수가 얼마인지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마일스톤은 약속한 지점을 지날 때마다 받는 돈입니다. 임상시험 다음 단계 진입, 규제기관 허가, 첫 판매 같은 것이 그 지점입니다. 지나지 못하면 그 돈은 그냥 없습니다.
로열티는 제품이 실제로 팔린 뒤 매출의 일정 비율로 받습니다. 이번 계약에서도 첫 판매 이후 순매출액에 대해 따로 받기로 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로열티는 위의 5,219억 원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총액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실은 총액이 아닌 셈입니다.
왜 한꺼번에 주지 않나
신약 개발은 대부분 중간에 멈춥니다. 사는 쪽에서 보면 아직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는 기술에 값을 전부 미리 치르는 건 위험한 선택입니다.
파는 쪽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계마다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면 계약을 넘긴 뒤에도 개발이 진행되는 데 계속 이해관계가 걸립니다.
한 번에 주고받지 않는 건 서로 위험을 나눠 지는 방식입니다. 기술수출 계약이 유독 복잡해 보이는 이유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 회사가 파는 건 약이 아닙니다
알테오젠이 판 것은 ALT-B4라는 효소입니다.
정맥주사로 맞는 약을 피하주사로 바꿔 주는 물질인데,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리 피부밑에는 히알루로난이라는 성분이 그물처럼 차 있어서 약물이 잘 퍼지지 못합니다. 이 효소가 그 그물을 잠시 느슨하게 만들어 약이 빠르게 흡수되게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건 시간입니다. 병원에 앉아 몇십 분에서 몇 시간씩 링거로 맞던 약을, 주사 한 번으로 끝낼 수 있게 됩니다.
약 자체가 아니라 약을 몸에 넣는 방법을 파는 것이라, 한 번 만들어 여러 제약사에 반복해서 팔 수 있습니다. 이런 걸 플랫폼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알테오젠이 올해에만 세 건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파는 물건이 같기 때문입니다.
12조 원과 655억 원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나옵니다.
팜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알테오젠의 누적 기술수출 금액은 이번 계약으로 12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체결한 세 건만 합쳐도 12억 2,900만 달러, 약 1조 8,000억 원입니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전한 에프앤가이드 집계로는 이 회사의 2분기 매출 전망치가 655억 원입니다.
숫자 규모가 이렇게 벌어지는 건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세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조 원은 앞으로 모든 조건이 다 채워졌을 때의 상한선이고, 655억 원은 이번 분기에 실제로 잡히는 매출입니다.
계약 총액은 미래의 최대치, 매출은 지금까지의 결과입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안 됩니다.
로열티를 움직이는 건 계약이 아닙니다
이 구조에서 마지막 단계인 로열티가 실제로 어떻게 커지는지는 이번에 함께 나온 다른 숫자가 보여 줍니다.
ALT-B4가 적용된 미국 머크(MSD)의 피하주사형 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 매출이 2분기 4억 6,3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1분기 1억 2,800만 달러에서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전체 키트루다 매출에서 이 제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 1.6%에서 2분기 5.5%로 올라갔습니다.
로열티는 계약서에 서명한 날이 아니라 이 숫자가 커질 때 늘어납니다. 계약은 문을 여는 것이고, 돈은 그 문 뒤에서 제품이 팔릴 때 들어옵니다.
기술수출 총액을 나누는 세 칸
기술수출 공시를 읽을 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선급금이 얼마인지 나와 있는지 봅니다. 총액만 있고 선급금이 없으면, 그 숫자가 실현될 확률에 대한 단서가 기사 안에 없다는 뜻입니다.
마일스톤이 어느 단계에 걸려 있는지 봅니다. 개발과 허가 단계에 몰려 있는 것과 판매 단계에 몰려 있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로열티가 총액에 포함인지 별도인지 봅니다. 대개는 별도이고, 장기적으로는 이쪽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정리
'최대 ○○억 원'은 계약의 크기가 아니라 계약이 가장 잘 풀렸을 때의 크기입니다.
기술수출 기사에서 실제로 확정된 돈을 가리키는 단어는 하나뿐입니다. 선급금.
나머지 숫자는 전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특징주] 알테오젠, 5천억원 규모 라이선스 계약에 상승(종합)](https://v.daum.net/v/20260805154007236)
- 팜이데일리 알테오젠, 5200억원 규모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 체결…누적 기술수출 12조원 돌파
- 한국경제 1조8000억 '겹호재' 터졌다…'주가 28% 상승' 반전 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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